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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노트] 연예 X-파일 피해자는 '우리 모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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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일명 '연예인 X-파일'파문이 한바탕 휘몰아치고 있다. 그 문서가 세상 속으로 흘러나온지는 불과 닷새. '레즈비언이라는 소문이 있음''성격이 좋지 않고 까탈스러운 편'등 떠도는 소문 정도로 채워진 이 문서는 인터넷을 통해 무한복제되면서 삽시간에 퍼졌다. 연예계가 발칵 뒤집혔다. 제일기획이 21일자 석간신문을 시작으로 주요 매체에 사과광고를 싣고 '자료에 언급된 내용의 대부분은 사실과 다른 풍문에 불과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쉽사리 가라앉을 분위기는 아니다.

21일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은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일로 수많은 사람들의 조롱과 멸시를 받는 피해 당사자들의 아픈 상처는 쉽게 치유받기 어렵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탤런트 김민선씨는 "이제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날 쳐다보면 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안재욱씨도 "네티즌들이 이런 루머를 사실이겠지 하고 믿는 풍토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동안 소송 후폭풍도 거셀 듯하다. 이날 연기자노조측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X-파일'작성과 관련, 리서치사의 인터뷰에 응한 방송사 리포터, 스포츠지 기자 등도 21일 제일기획에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민.형사상 강경한 법적 대응에 들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제 아무리 강한 법적 대응이라도 한번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킬 수는 없다. 이번 파문은 근거없는 소문을 문서로 만들고 허술하게 관리한 리서치사의 주먹구구식 업무방식에서 톱스타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려는 네티즌의 도덕불감증까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드러냈다. 이런 시스템이라면 누구든 'X-파일' 예비 피해자가 아닐까.

21일 연기자노조의 기자회견장에는 아사히TV.후지TV.NTV 등 일본 방송사 기자들과 AP통신 등 외신 기자들도 눈에 띄었다. 한창 뜨거운 한류엔 물론이고 국가 이미지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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