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대책없는 IAE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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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의 핵동결 해제 움직임을 지켜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입장은 한마디로 "가동에 따른 안전조치들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일방적인 해제조치를 취하지 말라"는 것이다. 핵물질을 핵무기 제조에 전용(轉用)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최소한의 조치가 보장되기 이전에 북한 당국이 일방적으로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여가는 평양 측의 움직임에 뾰족한 수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 북한 측의 핵동결 해제 선언 이후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직접 수습에 나섰지만 북한은 열흘 만에 봉인해제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IAEA가 요구한 ▶영변 원전 가동중단 유지▶IAEA와의 전문가 회담 개최▶농축 우라늄 핵개발과 관련한 해명 등을 북한은 모두 거부했다. 북한이 실제 행동에 돌입함으로써 IAEA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 등을 내세워 대북 제재 움직임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됐다.

이럴 경우 IAEA 긴급이사회 소집 등을 통해 북한의 핵합의 위반을 따지고 이를 유엔 안보리에 보고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IAEA의 공정성을 문제삼아 94년 6월 탈퇴선언 같은 조치를 취할 수도 있고, IAEA를 배제한 채 미국과의 벼랑 끝 전술에 매달릴 공산이 크다.

이영종 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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