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산책] 김호철 현대캐피탈 배구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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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철 감독이 훈련이 끝난 뒤 경기도 용인 현대체육관 옆 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조용철 기자

"평일에는 선수들과 같이 뒹구니까 괜찮아요. 그러나 혼자 지내는 휴일에는 가족들을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다음달 20일 프로배구 출범을 앞두고 마무리 훈련에 한창인 현대캐피탈의 김호철(50)감독. 그는 소위 '기러기 아빠'다. 한국 최고의 세터로 12년간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하다가 1987년 이탈리아에 정착한 김 감독은 부인과 아들, 딸 등 세 식구를 남겨두고 2003년 11월 홀로 귀국해 1년2개월째 현대호를 이끌고 있다. 그를 경기도 용인 현대체육관에서 만났다.

#스포츠 가족

김 감독의 가족은 스포츠 가족이다. 부인 임경숙(47)씨는 도로공사 배구선수 출신이다. 딸 미나(21.1m75㎝)도 부모의 자질을 물려받아 현재 이탈리아 배구 프로팀인 볼로냐에서 주전 세터로 활동 중이다.

아들 준(17.고교 2년.사진(左))은 현재 이탈리아 골프 국가대표다. 1m85㎝의 키에 유연성과 기술도 뛰어나 이탈리아 아마추어 랭킹 1위라고 한다.

김 감독은 "10년 만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유망주라고 이탈리아 골프계의 기대가 대단하다"고 전했다. "프로 지망이 가능한 18세가 되는 내년에 프로로 전향해 우선 유럽 무대에서 활약한 뒤 PGA로 갈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김 감독의 골프 실력도 수준급(핸디2)이다. 김 감독의 가장 큰 어려움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 그는 회사가 경기도 죽전에 마련해준 33평 아파트에서 혼자 산다. 집에서는 잠만 자고 식사는 대부분 선수단 숙소에서 해결한다.

가족과 전화 통화하는 게 김 감독의 유일한 낙이다. 부인에게는 거의 매일 전화를 건다. 컴퓨터 다루는 법에 익숙지 않아 메신저나 e-메일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화 내용은 서로의 건강과 애들 근황이 대부분. 시즌 중 일때 부인은 특히 현대팀의 성적을 자주 묻는다고 한다.

자녀와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통화한다. 아빠는 한국말, 아이들은 이탈리아어로 대화하는 식이다. "애들은 한국말보다 이탈리아어가 편한 모양입니다. 한국말로 하다가도 자연스레 이탈리아어가 튀어나와요." 아이들이 모국어를 잃어버릴 것 같아 식사 시간만이라도 강제로 한국말을 쓰도록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너무 불편하다며 아예 말을 하지 않는 거예요." 할 수 없이 이탈리아어를 쓰도록 했다.

김 감독은 현대와의 계약 기간이 끝나는 2년 뒤에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제가 이탈리아로 가든지, 집사람이 한국으로 오든지 같이 살려고 합니다." 만약 부인이 한국으로 오게 되면 애들하고는 긴 이별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삼성화재 독주 안 돼

"올해는 삼성화재에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김 감독의 각오는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 "한 팀이 겨울리그를 8연패나 했다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특정 팀이 좋은 선수를 독점한 것도 그렇고, 독주를 막지 못한 팀들도 문제고…." 한 팀의 독주가 계속되다 보니 팬들의 관심이 멀어졌고 자연스레 인기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프로 원년인 올 시즌에도 삼성화재의 우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전보다는 활기가 있을 전망이다.

김 감독이 1년 넘게 조련하면서 현대의 팀 컬러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현대는 높이만 앞세운 '느림보 팀'이란 평가가 따라다녔습니다. 짜임새가 없고 엉성하다는 비판이 많았지요. 그러나 올 시즌엔 다를 겁니다." 빨라졌고, 조직력도 탄탄해졌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선수 구성상 올해도 삼성의 강세가 예상되지만 현대나 대한항공 등 다른 팀들도 거의 대등한 위치에서 치고받을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왔다"고 진단했다.

용인=신동재 기자

*** 김호철은

김호철은

◆ 출생:1955년 1월 13일 경남 밀양

◆ 학교:밀양 밀주초-서울 대신중.고-한양대

◆ 선수 경력:금성-현대자동차써비스-이탈리아 트레비소-비첸사

◆ 감독 경력:팔마-트레비소-라멘나-트리에스테-현대캐피탈

◆ 국가대표:1975~86년

◆ 신장:1m76cm

◆ 가족:부인 임경숙(47)씨와 1남1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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