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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홍규씨 무형문화재 신청 세 번 퇴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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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4대 국새 제작의 총괄책임자인 민홍규(56·전 국새제작단장)씨가 국새 제작 당시인 2007년 10월 문화재청에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을 신청했으나 반려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민씨는 그 이전에도 서울시와 경기도에 시·도 무형문화재 지정을 신청했으나 모두 반려됐다. 이 때문에 행정안전부가 최고전문가에게 맡겨야 할 국새 제작을 능력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사람에게 맡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씨는 국새제작단장으로 선정된 2007년 전통적인 방식으로 옥새를 만들었다고 주장하지만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민씨는 2007년 10월 문화재청이 공고한 ‘조선왕조 궁중문화 관련 무형문화재 지정신청’에 따라 중요무형문화재(옥새장)를 신청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민씨는 ‘반려’ 통보를 받았다. 문화재청은 “중요무형문화재로서 지정의 필요성이 미흡하다”며 “옥새의 합금 비율이나 주조 방식에 대한 전통적 제작 방법의 명확한 고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민씨가 주장한 조선 옥새 제조기법에 대해 문화재청이 고증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1999년 9월 경기도에 도 지정 무형문화재(옥새장)를 신청했으나 같은 달 경기도 문화재위원회는 심의한 뒤 “문화재 지정 가치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위원회에 참석한 전 경기도 공무원은 “가마 제작, 설치 등 옥새 제작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고증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부결시켰다”고 말했다.

민씨는 2003년 9월 서울시에 시 지정 무형문화재(전각장)를 신청했으나 부결 통보를 받았다. 당시 서울시 문화재위원회는 “전각은 서예의 한 분야로 그의 기능을 문화재로 인정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판단했다.

3대 국새 제작자인 홍익대 김영원(조소과) 교수는 “민씨가 주장하는 ‘600년 비전(秘傳)’이라는 국새 제작 방법을 검증하지 않고 국가 상징인 국새 제작을 맡긴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풍 행안부 의정담당관은 “당시 12명의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국새제작자문위원회에서 민씨와 여러 차례 토론하며 전통적인 방식에 의한 국새 제작 능력을 검증했었다”고 해명했다.

정영진·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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