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개편시안 발표, 그 후] 교육 현장 영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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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선진화연구회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발표한 다음 날인 20일 서울 중계동 학원가에서 한 학생이 학원으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2014학년도 수능 개편시안이 확정돼 시행될 경우 올해 중 3생부터 적용받게 된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의뢰를 받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산하 중장기 대입선진화연구회가 마련한 개편시안에 따르면 수능은 국어·영어·수학과 탐구영역 한 과목 등 네 과목을 치르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11월에 두 차례 실시하고, 국·영·수는 A형(현재보다 쉽게 출제), B형(현재 수능 수준) 수준별 시험을 보는 것도 특징이다. 중 3생 이하 학생들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입시전문가들은 초등 고학년 때부터 수능·내신에 반영되는 ‘국·영·수+탐구영역 한 과목’을 집중 공부하는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대입용 선행학습 사교육도 지금보다 더 어린 연령대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영·수 다지고 사정관제 준비=김희동 진학사 입시분석실장은 “국·영·수 비중이 더 커지므로 공부도 거기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기획이사는 “초등학교 4~5학년 때부터 집중적으로 선행학습을 해놓으면 수월해질 것이라는 판단을 학부모들이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어시험이 국가영어능력평가로 대체될 가능성도 있어 중1 또는 초등학교 때부터 빨리 영어를 끝내놓고 다른 과목을 준비하는 전략을 세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조기 선행학습 열풍으로 사교육만 늘 가능성도 있다. 중학생 대상 학원 관계자는 “초등 4년부터 국·영·수에다 탐구과목을 얹어 6~7년간 집중 관리해 준다고 하면 학부모들이 확 넘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입시전문가는 “정부가 사교육비를 줄인다며 외고 입시를 중학교 영어 내신만 보는 것으로 바꿨고, 과학고도 수학·과학 성적을 주로 보도록 했다”며 “수능이 국·영·수 중심으로 바뀌면 다른 과목은 천덕꾸러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회와 교과부는 수능을 최저학력 기준으로만 쓰는 수시모집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입학사정관 전형도 확대돼 수능 대비용 선행학습이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영·수를 일찍 궤도에 올려놓으면 다른 전형 준비를 할 시간도 많아지는 반작용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목고가 유리할까=외국어고 등 특목고의 인기를 부활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진학사 김 실장은 “‘수능에 강한 고교가 뜰 가능성이 있다”며 “특목고나 자율형사립고, 지방 사립고 등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고 교사는 “원래 특목고가 수능 과목을 선행학습 형태로 일찍 끝내는 교과과정을 운영하기 때문에 개편 체제에서 유리하게 됐다”며 “수능 비중이 약화되면 대학들이 독자적 기준을 들고 나올 텐데 그런 면에서도 특목고가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수능 개편시안이 올해부터 초·중·고에서 서술·논술형 시험을 확대하는 방안과도 충돌한다고 지적한다. 사교육비 절감과 수험생 부담 경감 차원에서 교과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이 상충한다는 것이다.

김성탁·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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