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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세계 금융위기 맨먼저 예언했던 루비니, 그가 내놓은 혹독한 처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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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위기경제학
누리엘 루비니 외 지음
허익준 옮김, 청림출판
508쪽, 2만2000원

‘닥터 둠(doctor doom)’.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를 가장 먼저 예언한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책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그의 저서다. 그는 세계경제가 경기 회복속도가 느린 ‘U자’ 형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이번 금융위기는 가계 · 금융 · 기업 부문의 과도한 부채로 생겼기 때문에 경제의 전 부문이 채무를 줄이면서 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가 내놓은 처방전은 혹독하다. 그는 거대 금융기업을 강제로라도 쪼개야 한다고 주장한다. 엄청난 손실을 끼치고도 살아남는 대마불사(大馬不死) 금융기업을 분해하지 않으면 위기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CEO라도 거대 금융기업이 취급하는 수천종에 달하는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일일이 감독할 수 없기 때문이다.

S&P, 무디스, 피치 같은 국제신용평가기관들도 개혁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이들의 행태는 교수가 A학점을 받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상담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혹평한다. 이를 막으려면 채권의 발행자가 아닌 투자자가 채권에 대한 등급을 확인하고,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금융기관의 보너스 시스템에 대해선 더욱 냉혹하다. 3년 이상의 장기적 관점에서 계산해야 하고, 돈이나 주식이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낸 기묘한 파생증권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신흥경제국 집단인 BRIC(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 포함돼 BRICK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노동력과 첨단기술로 무장한 경제대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유일한 걸림돌은 북한이다. 그는 북한이 붕괴할 경우 한국은 굶주린 난민들로 넘쳐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IMF·세계은행·재무부·백악관경제자문위원회 등을 거친 풍부한 현실감각을 토대로 한 그의 경고는 섬뜩하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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