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축구잔치 수놓은 '코리아표' 카드섹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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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명문 축구클럽 레알 마드리드 창립 1백주년을 맞아 세계올스타팀과의 경기가 벌어진 19일(한국시간)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에는 좌석마다 비닐봉투에 담긴 광고전단이 놓여 있었다. 일본계 화장품 회사의 광고전단이었는데, 이 전단지의 쓸모는 다른 데에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그 쓸모를 한국으로부터 배웠다.

한·일 월드컵에서 경기장을 가득 메운 붉은 물결 가운데 '붉은 악마'응원단이 펼친 하얀색 카드섹션은 또 다른 감동이었다. 이탈리아전 때의 'AGAIN 1966', 스페인전 때의 'Pride of Asia'에 이어 독일과의 준결승전 당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수놓은 '꿈★은 이루어진다'는 지금도 많은 팬들의 가슴에 남아있다.

경기에 앞서 장내 아나운서는 양팀 선수들을 소개했고, 관중들은 선수 이름이 불릴 때마다 "웃""웃"하는 외마디 함성으로 반겼다. 경기장 스피커를 통해 '레알 마드리드 1백주년 기념가'가 흘러나오자 6만여 관중은 일제히 일어서서 전단이 담긴 비닐봉투를 뜯었다.

그리고는 일제히 전단지의 뒷면을 앞으로 향하게 들고서는 '1백주년 기념가'를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전단지 뒷면은 물론 하얀색, 바로 레알 마드리드의 상징색이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는 순식간에 하얀 바다가 됐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카드섹션'이 올해 여름부터 시작됐다는 점이다.

마드리드에 거주하는 한국동포 윤호우(44)씨는 "지난 월드컵 이후 갑자기 생겨났다"며 "한국 응원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명문 클럽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조차 따라 배우고 싶을 만큼 한국의 응원은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마드리드=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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