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노무현시대]새 대통령당선자에 바란다: "반대편 민심도 껴안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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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19일 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가 대통령당선자로 확정되자 각계 각층의 시민들은 새 대통령이 지역·세대·계층별 갈등을 수습하고 새로운 리더십으로 경제 안정과 남북 화합을 이룩하기를 소망했다.

특히 시민들은 "21세기 들어 처음 뽑힌 대통령인 만큼 선거운동 과정에서 약속한 대로 지역주의와 금권정치를 타파하는 새 정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은 "요직을 특정 지역 출신들이 독점했던 공직 인사 관행을 뿌리뽑고 능력 위주의 탕평(蕩平)인사로 국민화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새 대통령은 정치가 국가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 국회의원수 감축과 선거제도 개혁 등 정치능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이경숙 대표는 "盧당선자가 여성 일자리 50만개 창출과 호주제 폐지, 지역구 30% 여성 할당 등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약속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학계·법조계=서울대 조동성 경영대학장은 "정부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펼쳐 기업환경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최고경영자(CEO)형 대통령 출현을 고대했다.

서울대 법대 안경환 학장은 "이번 선거가 박빙의 승부였던 만큼 당선자 측은 상대편을 국정의 파트너로서 포용하고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반대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변협 하창우 공보이사는 "새 대통령이 법을 잘 아는 만큼 법치를 바탕으로 부정부패를 일소해야 할 것"이라며 "새 정부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등을 통한 검찰의 중립화를 꼭 이루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교조 이경희 대변인은 "교육은 백년대계인 만큼 신중히 다루되 국민총생산(GNP) 대비 교육투자액 증가만큼은 꼭 약속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했다.

◇시민 표정=시민들은 대다수가 내년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경제를 챙기고 서민의 고통을 알아주는 대통령상(像)을 기대했다.

서울 전농동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최원형(42)씨는 "서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집값부터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가영(24·여)씨는 "친구 중 상당수가 대학 1학년 때부터 취직준비를 하고 있다. 盧당선자는 자신의 공약대로 젊은층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부탁했다.

반면 盧당선자가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불안한 이미지를 떨쳐버리고 이번 선거과정에서 특히 두드러진 세대 간 의견차를 극복할 수 있는 균형있는 정책을 펴줄 것을 희망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찍었다는 시민 김영석(53)씨는 "행정수도 이전, 남북 문제, 대미 관계 등에 관해 반대의 목소리가 틀림없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국민 사이에 협력과 합의를 이끌어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창희·정용환·윤혜신 기자

thepl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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