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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소수점 이하 반올림' 반영 논란 점수 높은 학생이 떨어질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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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 대입에서 대학들이 수험생들의 수능시험 성적을 소수점 이하를 반올림한 점수로 일제히 반영하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2003학년도 정시모집 전형을 앞두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각 대학에 '반올림 성적'을 통보, 전형에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제로 전체 성적이 높은 수험생은 탈락하고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은 학생은 합격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잇따를 것으로 보여 불공정 시비와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반올림 점수 반영은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교육부와 평가원은 '점수 위주의 줄세우기 지양'이라는 취지를 내세워 내년도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난이도에 따라 굳이 소수점 이하까지 차등배점 출제를 해놓고 이를 반올림해 전형에 반영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올해 수능시험에서는 5개 영역 2백20개 문항 중 1백개가 소수점 이하로 배점됐다. 또 수험생 개개인에게는 소수점 이하의 실제 성적이 통지됐다.

◇합격 뒤바뀔 수도 있어=대학들에 통보되는 수험생들의 수능점수는 소수점 첫 자리를 반올림한 '정수'형태다. 교육부가 평가원을 통해 CD로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높은 점수를 받고도 실제로는 더 낮게 평가되는 결과가 생길 수가 있다.

<그래픽 참조>

특히 합격선(커트라인) 부근에서는 동점자들이 많이 몰려 이같은 점수 산정 방식이 당락을 뒤바꾸게 한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실장은 "특히서울대·경희대·서울시립대 등 수능 원점수를 전형요소로 반영하는 25개 대학은 이런 식으로 합격이 뒤바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며 "영역별 가중치를 반영하는 대학은 점수의 오차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수점 배점 폐지해야"=서울 서초고 金모 교사는 "문항별 난이도를 감안한다면서 소수점 첫째자리까지 차등 배점을 해놓고 성적 반영 때는 반올림한 점수로 적용하는 건 큰 모순"이라며 "그럴 바에는 애초 소수점 배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수능에서 소수점 이하 배점 문항은 ▶언어영역 60개 중 10개(1.8점, 2.2점)▶외국어 50개 중 30개(1.5점)▶사탐·과탐영역은 인문계열의 경우 70개 중 54개, 자연계열은 64개 중 48개(1.5점)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합격이 뒤바뀔 수도 있지만 지나친 점수 위주의 서열화를 막고 다양한 전형 요소를 반영하라는 취지"라며 "내년에도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7차 교육과정에 따라 새로운 수능이 시행될 2005학년도부터는 차등 배점과 소수점 배점 방식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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