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아래 '극과 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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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증권업협회와 코스닥증권시장은 한 지붕 밑에 사는 이웃이지만 올해 살림 형편은 아주 다르다.

증권업협회는 70억∼80억원 넘게 초과 징수된 회비를 증권사에 돌려준다고 17일 밝혔다. 이와 함께 협회는 내년부터 증권회사로부터 공모 회비를 거두지 않기로 결정했다. 현재 기업 공개를 주간한 증권사는 공개 기업으로부터 받는 인수 수수료 중 1.5%를 공모 회비로 협회에 납부하고 있다.

증권업협회가 이처럼 회비 징수 금액을 낮추기로 결정한 것은 증시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원사(증권사)와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또 한편으로는 회원사가 어려운 형편에 있는데 협회는 풍족하게 지내고 있다는 증권가의 불만을 무마하자는 뜻도 담겨 있다.

이에 비해 코스닥증권시장은 증시 침체에 따른 중개 수수료 감소로 올해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시장 관계자는 "지난달까지는 올해 적자규모가 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거래대금이 늘어난 덕분에 적자 폭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협회가 코스닥증권시장에 비해 형편이 나은 것은 ▶협회는 거래소와 코스닥시장 양쪽의 매매 수수료 중 일정 금액(0.000012%)을 챙기고 있고▶코스닥증권시장처럼 막대한 감가상각비용을 처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즉 코스닥시장에 비해 거래대금이 많은 거래소 시장에서 거두는 수수료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코스닥증권시장이 적자를 내더라도 별 문제는 없을 듯하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7백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또 회비를 돌려주기로 한 협회는 9백억원 가량의 유보금을 비축하고 있다. 두 기관 모두 회원사에 비해서는 형편이 좋은 편이다.

이희성 기자

bud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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