⑮ 관광산업 살리기 나선 제주:문화·자연유산 조화된 생태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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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제주형' 생태공원인 돌문화공원 건립 추진 작업은 이를 반드시 성사시키려는 '특급 공신'(?)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탐라목석원 백운철(白雲哲·59)원장은 1998년 7월 아무 조건없이 제주도 북제주군에 1만2천점의 돌을 기증했다. 지난 8월엔 추가로 2천점을 기증, 이제 기증석(石)은 1만4천점으로 불어났다. 그가 평생 수집한 제주의 자연석이자 문화재급인 민속 자료들이다.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화산탄(火山彈) 등 자연석 4천1백78점과 제주의 돌을 재료로 해 제작한 민속품 5천3백49점, 각종 민구(民具)류가 4천4백73점이나 된다.

그는 70년대 초부터 탐라목석원을 운영하며 '제주의 돌'을 수집해 이미 유명해진 사람이다. 그 덕분인지 제주돌문화공원은 지난해 9월 프랑스 문화재관리국 기관지인 '모뉴멘탈'로부터 "상상도 할 수 없는 화산·용암석의 방치와 훼손의 틈바구니에서 찾아낸 자연석의 창고"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白원장은 최근까지도 전세계 미술사학자들의 주요 인터뷰 대상자다.

신철주 군수도 뚝심과 배짱으로 '제주돌문화공원'조성사업의 불을 붙였다. 申군수는 白원장의 기증 의사를 접한 뒤 '제주 최고의 생태·신화랜드'를 건설한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는 "제주인으로서 후손에게 남겨줄 제대로 된 문화유산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사업 자체를 반신반의하는 의회를 설득해야 했고, 부지를 물색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장 큰 고민은 국비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잦은 서울출장은 물론이고 정부부처 관계자를 찾아가 거의 생떼를 쓰다시피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해 11월 대통령의 제주 방문 때에는 우근민(禹瑾敏)지사의 중요 업무보고 사안으로 넣어주도록 요청했던 것도 申군수였다.

이같은 노력과 의지가 합쳐져 '제주돌문화공원'은 지난해부터 문화관광부의 국고보조사업으로 확정돼 지금까지 9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지방비까지 포함, 지금껏 돌문화공원에 투자된 1백17억원의 상당부분인 '종잣돈'을 확보한 셈이다. 지난 8월엔 산림청을 졸라 사업현장 자체를 '생태숲'으로 지정받았다.

이들 두 사람은 "제주의 문화 정체성을 다시 세우고, 우리나라의 일류관광지로 재도약할 수 있다면 그걸로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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