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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파업 저지" 유혈사태 우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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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3주째로 접어든 총파업 사태로 베네수엘라가 국가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석유 수출 중단에 이어 베네수엘라 최대 제철공장이 16일 연료난으로 가동을 멈추는 등 국가 기간산업은 마비상태에 빠졌다.

<관계기사 e4면>

수도 카라카스는 계속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도시 기능이 정지됐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군 사령부는 16일 "총파업 저지를 위해 군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혀 유혈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 중단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서자 전세계적 '오일 쇼크'를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차베스 퇴진을 주장하는 반정부 세력이나 현지 언론은 "모든 문제의 씨앗은 차베스"라고 입을 모았다.

◇'혁명영웅'에서 '독재자'로=지난 14일에는 무려 1백만명의 시위대가 "독재자 차베스는 물러나라"고 외치며 카라카스 시내를 가득 메웠다. 유력 일간지 '엘 우니베르살'은 12일 사설에서 "베네수엘라에서 차베스는 독버섯 같은 존재"라며 "그를 축출하는 데 아무리 큰 대가를 치러도 아깝지 않다"고 주장했다. 올들어 네번째인 이번 파업을 주도하는 베네수엘라 노동자연맹(CTV) 측은 "차베스가 물러날 때까지 총파업은 계속될 것"이라 다짐했다.

1998년 대대적인 정치개혁과 절대빈곤 퇴치 등을 약속하며 57%에 가까운 지지를 얻어 집권했을 당시 차베스를 바라보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시선은 기대로 가득찼다. 부패정치와 경제난에 진저리를 치던 국민, 특히 빈곤층들은 92년 부패정권 축출 쿠데타를 주도했다가 실패해 옥살이를 했던 그를 '베네수엘라를 일으킬 혁명영웅'이라며 칭송했다.

그러나 집권 초기 80%에 육박하던 지지율은 4년 뒤 21%로 곤두박질쳤다. 지나친 정부 주도 경제 시스템과 토지 재분배 등 극단적인 개혁에 기업과 상류층이 먼저 반기를 들었다. 부패척결을 주장하던 그가 주요 국영기업 등에 자신의 측근들을 임명하고 경제난도 오히려 악화되자 중산층도 차츰 등을 돌렸다. 지난 4월 군부의 차베스 축출 쿠데타를 앞장서 막으며 마지막까지 그의 편에 섰던 빈곤층도 "노동자를 고려하지 않는 그의 독단적인 태도에 배신감을 느꼈다"며 시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왜 나를 미워하나" =차베스 대통령은 15일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4개 신문사와 연 인터뷰에서 "일부 국민이 나를 증오하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이에 앞서 그는 "좌파 정권에 반감을 가진 우익 세력과 언론이 총파업을 부추겼다"며 "국가비상사태 선포도 불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현지 언론들은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주장하는 차베스의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총파업 지도부도 "프라이팬과 냄비를 들고 시위에 참여한 서민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느냐"고 비난했다.

신은진 기자

nad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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