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는 확 다른 촛불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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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군 무한궤도 차량에 의해 우리나라 여중생이 사망하고 관련 미군이 무죄 평결을 받았다. 그 뒤 이어지는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 개정을 촉구하는 촛불 시위에서 우리 민족의 하나됨을 보았다. 이번 시위는 엄숙하고 질서정연하면서도 상대를 압도하는 침묵의 모습이 과거의 시위와는 사뭇 달랐다. 그것은 시위라기보다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들에 대한 장례 행렬처럼 느껴졌다. 만약 이번 시위에 폭력이 동반됐다면 그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폭력성 때문에 그 의미가 잘못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보여준 질서정연하고 성숙한 시위는 상대국에 우리의 요구를 함부로 무시할 수 없도록 하는 엄청난 힘으로 작용했다.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섰다는 점에서 우리는 큰 희망을 본다.

ID:skyhochun·인터넷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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