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림은 지금 세대교체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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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423만㏊, 108억 그루.

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된 1962년 이후 국내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산림 면적과 심은 나무의 수다. 연평균 9만2000㏊씩의 숲을 만들었다. 세계 역사상 보기 드문 사례다. 덕분에 도처에 널렸던 붉은 민둥산은 푸르게 물들었고,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조림 사업국으로 꼽히게 됐다. 올해 세계산림과학대회를 서울에서 열게 된 것도 이 같은 성공사례를 세계가 인정한 덕이다.

하지만 숲 안으로 들어가보면 아쉬운 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무를 열심히 심긴 했지만 좋은 나무를 골라 심지 못했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조림사업 초기에 심은 아까시·리기다·상수리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나무들은 먹을 수 있는 열매도 없고 목재로서의 가치도 덜하다. 최완용 산림과학원장은 “체력이 고갈된 환자는 음식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듯이 황폐해진 민둥산에는 생존할 수 있는 수종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늙은 나무가 너무 많은 점도 문제다. 60년대부터 조림이 시작된 이후 산림 훼손은 큰 죄악으로 취급됐다. 가꾸는 데는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용할 생각을 못해 나무들이 고령화된 것이다. 산림청은 전체 산림 가운데 53%가 30년 이상 된 나무들로 채워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나무도 적정 연령 이상 살면 생장을 멈추기 때문에 경제성이 떨어진다.

산림청은 이에 따라 전국 산림에 대한 수종을 바꾸는 작업을 시작했다. 숲 속 나무들의 세대교체가 시작된 것이다.

1차 대상은 리기다소나무다. 70~80년대 산사태를 막기 위해 집중적으로 심은 리기다소나무 숲은 전국적으로 44만1000㏊에 이른다. 척박한 땅에서 잘 견디지만 경제성은 별로 없다. 산림청은 2013년까지 13만70000㏊의 리기다소나무를 백합나무나 리기테다 같은 바이오 순환림으로 바꾸기로 했다. 리기다소나무의 경우 1㏊의 숲에서 연간 5㎥의 생장을 한다. 같은 면적에서 12㎥ 자라는 백합나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생장이 빠르다는 것은 광합성을 많이 한다는 뜻이다. 탄소를 그만큼 많이 흡수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수종교체를 통해 탄소 흡수력이 증가된 점을 국제적으로 공인 받으면 이를 통해 탄소배출권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시 근교의 산은 경관림과 도시림으로 교체된다. 도시인들이 등산이나 휴양을 위해 찾아가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벚나무·느티나무·복자기 등이 대표적인 경관림으로 꼽힌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미 2000년대 들어 활엽수 비율이 침엽수를 추월하는 등 수종교체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용도에 맞는 다양한 식생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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