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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 안개 판세 … 막판 2대 변수]北核 파문 누구에 유리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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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6대 대통령 선거 판세가 막판에 대접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 논란과 북핵(北核) 파문이 살얼음판인 대선 승부를 좌우할 양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형세가 요동치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어느 쪽도 확실한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게 됐다. 상황이 '눈 터지는 계가(計家)' 양상으로 진행되면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는 한 표라도 더 모으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내는 모습이다. 기자회견도 하루가 멀다하게 자청하고 있다. 그러나 양대 현안을 바라보는 후보들의 눈이나 머리 속에 그리는 해법은 서로 1백80도 다르다. 종반 선거 국면을 안개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이들 핵심 변수를 놓고 유권자들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북한의 핵동결 해제 선언이 대선의 마지막 대형 이슈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때문에 양당은 논쟁의 흐름을 각각 유리한 쪽으로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나라당은 "안정이냐 불안이냐"를, 민주당은 "전쟁이냐 평화냐"를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여중생 사망 사건에 대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사과 전화 등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도 관심이다.

◇"盧후보는 해결 자격 없어"=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이번 선거는 '안정이냐 불안이냐'의 선택"이라고 규정했다. 李후보는 "북한 핵 때문에 국민이 불안한데 과연 누가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겠느냐"며 "실패한 햇볕정책을 계승한 노무현 후보는 핵 문제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준 현금이 핵으로 되돌아 왔는데도 현금을 계속 줘야 한다는 사람에게 이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느냐"며 "나는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핵 개발 포기를 설득할 자신이 있다"고 장담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와 공조를 강화하고 미국을 설득해 평화적 해결의 약속을 받아내야 하는데 '반미주의자면 어떠냐'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 盧후보가 과연 미국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자신만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외교적 자산을 갖추고 있다"면서 외교 역량이 우위임을 주장했다.

◇"李후보론 평화 해결 안돼"=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대북 강경론은 전쟁을 초래할 대결노선'이라는 논리다. 盧후보는 "李후보는 1994년 전쟁 위기를 조성한 대결노선을 답습하고 있다"며 "이번 대선은 전쟁과 평화 중 하나를 선택하는 날이며 우리 정치와 민족의 운명도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盧후보는 "핵문제 해결을 북·미 간의 문제로 맡겨서는 문제 해결은 물론 한국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며 "김정일과 부시를 모두 만나 전제조건을 한발씩 양보하도록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李후보의 '북한 핵 중단 서명'제안에 대해선 "지도자로서 적절치 않은 행위"라며 거절했다. 盧후보는 "서명은 국민이 정부에 대해 의사를 표출하는 것인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주체가 서명하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두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고, 대북 강경기조를 고집하면서도 일이 있을 때마다 오락가락한 李후보는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나현철·김정하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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