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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색선전 걷어치워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 간의 박빙 승부가 예상되면서 양측 공방이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주로 온라인 상에서 오가던 욕설·비방이 전단지 형태로 전국에 무차별 살포되는 등 상대에게 적개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엊그제 열린 촛불시위 현장에도 5만장 이상의 李후보 비방 유인물이 뿌려졌다. 한나라당은 전국적으로 80여종 수백만장이 나도는 무정부 상태라며 경찰과 선관위의 방관 자세를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민주당은 盧후보에 대한 흑색선전물이 도처에 살포된다면서 한나라당을 비판한다.

현재까지 선관위가 검찰에 넘긴 흑색 비방 관련 조치는 11건에 불과하다. 그래서 두 당이 각기 수거한 선전물 모두를 누가 제작해 뿌렸는지는 당장 가려내기 어렵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비열하고 추잡한 욕설로는 지지를 얻어 낼 수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 역겨움으로 인해 살포자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부동층의 반발까지 불러올 수 있다. 때문에 조직적인 불법·저질 유인물 살포를 즉각 중지해야 한다.

각 당 대선본부는 상대방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감정 대립을 촉발할 저질 공방을 중단하는 수범을 보여야 한다. 한나라당이 盧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관련 발언을 빗대어 '불안한 후보, 위험한 서울'이라는 제목으로 낸 신문광고도 한 예다. "돈 안되고 시끄럽고 싸움하는 것은 충청도로 보내자"라는 문안은 사실이라도 점잖게 보이지 않는다. 또 인신공격을 않겠다던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나라 종금 관련'폭로에 발끈, '李후보 아들 아파트'운운하는 행태도 곱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무장돼 있다. 혹시 흑색선전으로 표를 얻으려는 '흑색계획'이 있다면 당장 집어치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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