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북자 조직적 납치 방관하지 말라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1999년부터 3년간 중국에서 저지른 납치행위의 전모가 밝혀졌다. 2000년 발생한 김동식 목사 납치사건의 범인에 대한 검찰조사를 통해서다. 여기서 드러난 북한의 납치행각이나 수법은 그야말로 대담하고 무소불위였다. 아예 국가안전보위부 산하에 납치 공작조를 운영하면서 탈북자 등 16명을 납치했다. 이 중엔 탈북한 일본인 여성도 포함됐다. 심지어 국정원 직원으로 공작조가 파악한 한국인 회사원에 대해서도 납치를 시도했다.

북한은 그동안 '테러 반대는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외쳐왔다. 테러자금 조달 억제에 관한 국제협약 등 반테러와 관련된 7개 협약에 가입한 상태다. 또 미국에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러고도 뒤에선 납치라는 범죄행위를 조직적으로 저질러 온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2000년에도 이런 불법을 저질렀다.

북한의 납치행위에 대한 중국의 대응도 문제다. 자국 영토 내에서의 납치행위는 중국 주권의 침해다. 그럼에도 중국이 단호한 조치를 취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회견은 '불법'이라며 물리력까지 동원한 중국이 주권까지 훼손하는 북한의 납치행각에는 왜 눈을 감고 있는가. 중국은 타국 정부의 조직적 주권 침해에 이렇게 관대한가.

이러한 불법 납치행위는 탈북자들의 인권문제와도 연관돼 있다. 이들은 굶주림과 억압을 피해 탈출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국제적 관행에 따라 당연히 보호돼야 할 사람들이다. 이제 우리의 수사를 통해 북한 정부의 조직적인 납치행위가 드러난 만큼 이 문제를 국제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중국에도 강력히 항의하고 유엔 등 국제기관의 도움도 받아 납치자의 원상 회복을 촉구해야 한다. 북한은 일련의 납치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특히 국제적 이슈로 떠오른 김 목사를 돌려보내야 한다. 최소한 생사라도 밝혀야 한다. 정부는 이 문제를 대북 경협 등과도 연관시켜 북한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