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기본 … 승부처는 感性만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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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초겨울 아우디 본사가 자리잡은 독일 잉골슈타트는 여느 유럽의 중소 도시처럼 조용했다. 그러나 활기차게 움직이는 아우디 직원들의 모습에서 바이에른(공업이 발달한 독일 남부의 주)의 장인(匠人)정신과 역동성을 느낄 수 있었다. 최고급 자동차인 뉴A8의 출시를 앞둔 아우디 직원들의 표정은 한결 밝았다. 뉴A8의 생산라인을 둘러보는 김에 아우디를 이끌고 있는 마틴 빈터콘 회장을 만나기 위해 출국 전부터 노력했으나 그의 빡빡한 해외 출장 일정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 귀국한 뒤 e-메일을 보냈더니 빈터콘 회장은 "방한하면 반드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겠다"며 꼼꼼하게 답변을 보내왔다.

-아우디의 강점은.

"아우디는 조직이 유연하다. 또 비대하지 않다. 상하 계층간 격식없는 대화가 가능한 날씬한 조직인 셈이다. 그리고 아우디를 판매하는 대부분의 각국 수입상도 뛰어난 판매 조직을 갖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변화무쌍한 경영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아우디가 자랑할만한 혁신 기술은.

"아우디는 1970년대 말 세계 최초로 승용차에 4륜 구동을 도입한 자동차 회사다. 4륜 구동의 우월성 때문에 여러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 4륜 구동이 너무 잘 나가 경주대회에서 퇴출되기까지 했다. 차체가 녹스는 것을 막아주는 아연도장 기술도 처음 개발했다. 또 직접 분사방식의 디젤터보엔진(TDI)도 우리가 처음 시장에 선보였다. 90년대 초반엔 1백% 알루미늄 차체로 만든 최고급차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핸들에 달려 있는 변속 기어(팁트로닉)도 우리의 자랑이다. 이런 여러가지 발명이 아우디의 좌우명인 '기술을 통한 진보'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알루미늄 차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10년 전부터 알루미늄 차체 개발에 대부분의 기술진을 투입하고 있다. 연구결과 알루미늄 차체가 아우디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알루미늄 차체는 가벼울뿐 아니라 매우 안전하다. 충격에 의해 휘더라도 철(鐵)로 만든 차체보다 고치기 쉽다. 우리가 알루미늄 차체를 만듦으로써 스틸 차체를 만드는 회사도 더 가볍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감성(感性)을 중시한다고 들었는데.

"나는 물질과 인간 감성의 연관성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만큼 감성을 중시한다. 반면 아우디는 전통적으로 기술을 중시해왔다. 90년대 초까지 너무 기술을 중시하다보니 디자인·광고·서비스 등에서 감성적 측면이 부족했다. 나는 열정·자존심·꿈·매력과 같은 인간적 가치를 중시하는 회사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선 디자인에 있어서 감성적인 측면을 적극 강조했다. 예전엔 단지 믿음직한 차를 만드는 것이 아우디의 목적이었다. 믿을 수 있는데다 눈 부실만큼 매력적인 차를 만들면 더 잘 팔릴 것이다. 일류 자동차 회사들은 생산 기술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다. 단지 회사의 분위기와 인간의 감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다를 뿐이다. 앞으로 아우디는 감성적이고 인간친화적인 자동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투자는 아끼지 않을 것이다."

-90년대 초까지 북미시장에서 고전했다. 어떻게 극복했나.

"고객들의 생각과 불만 사항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경영 활동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최고급 모델인 A8을 출시한 뒤 처음 이 차를 산 1천명의 고객에 대해 1대1로 불만 사항을 받도록 했다. 물론 고객별 담당자를 뒀다. 이 담당자들은 고객들의 작은 불만도 받아들여 개선해 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같은 절차를 반복했다. 미국 시장에서 한때 1만2천대(93년)까지 떨어졌던 판매량은 올해 사상 최대인 8만6천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잘 팔리기 시작했다."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직면한 문제점은.

"자동차 회사가 직면한 최대의 위기로 교통 문제를 꼽고 싶다. 전세계적으로 교통 정체가 심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막대한 시간·에너지·돈이 낭비되고 있다. 이런 교통 정체가 궁극적으로 자동차 회사들에 부담을 줄 것이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텔레매틱스·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자동차에 장착돼 운전자에게 교통 정보를 주고 있다. 결국 누가 정확한 교통 정보를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느냐가 자동차사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다. 우리는 내년에 출시할 아우디 뉴A8엔 새로운 개념의 교통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러한 문제점에 대비할 것이다."

-세계시장 판매 전략은.

"시장마다 전략은 다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르라'는 격언대로다. 나라마다 전통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적합한 판매 전략을 짜야 한다. 중국 시장의 예를 들면 고급차를 타는 대부분이 운전사를 두고 있다. 따라서 구매자들은 넓은 뒷좌석을 요구한다. 우리는 중국에 판매하는 A6의 뒷좌석 레그룸(발 뻗는 곳)을 9㎝나 늘려 생산하고 있다. 밖에서 볼 땐 똑같은 A6이지만 내부는 다르다."

-한국에선 수입차에 대한 시선은 좋은 편이 아닌데.

"나는 아우디를 한국에 팔 때마다 한국 내에서 고용창출 효과가 생긴다고 본다. 이런 점을 한국인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세금을 통해 각국의 복지정책에 일부분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브라질에서 고(故) 아일톤 세나(전설적인 자동차 레이서) 복지기금을 통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내년에 세계 경제가 좋지 않아도 차를 잘 팔 수 있나.

"'태양은 어느 곳에선 뜨게 마련'이라는 독일의 격언이 생각난다. 세계 경제가 아무리 좋지 않더라도 새로운 신흥시장이 있게 마련이다. 내년 유럽의 경제전망이 좋지 않지만 중국은 매우 밝다. 남미는 위험하지만 미국은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경제가 좋지 않지만 아우디의 판매는 계속 늘고 있다. 제품이 좋으면 경기가 좋지 않더라도 살아 남을 수 있다. 불황은 오히려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마틴 빈터콘 회장은…

마틴 빈터콘(55) 회장은 1백% 알루미늄 차체를 자랑하는 아우디의 최고경영자(CEO)답게 금속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다.

그는 1973년 슈투트가르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바로 막스-플랑크 금속연구소에 들어가 77년 금속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로버트 보쉬 연구소와 지멘스 연구소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81년 아우디에 입사해 품질관리본부에서 연구원으로 일해왔다.

93년 자매 회사인 폴크스바겐 품질관리본부장으로 임명됐고, 95년 폴크스바겐 그룹 생산본부장, 2000년 기술본부장으로 재직했다.

지난 3월 아우디 회장에 오른 그는 기업경영의 목표를 '인간에게 최상의 감각적인 만족을 제공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그는 현재 세계 최고급 스포츠카 메이커인 람보르기니의 회장도 겸하고 있다.

그는 "자동차회사 CEO라면 누구나 편안함을 느끼는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어야 한다"며 "내년에 출시될 뉴A8을 앞세워 전세계 럭서리카 시장에서 최강자로 뛰어오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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