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서울 空洞化로 경제 큰혼란" 盧 "4조5천억 정도로 이전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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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얼굴(左))·민주당 노무현(盧武鉉·얼굴(中))·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얼굴(右))후보는 10일 경제·과학분야를 중심으로 한 제2차 TV토론에서 행정수도 이전과 재벌정책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고려대 염재호(廉載鎬·행정학)교수의 사회로 각 방송사가 생중계하는 가운데 진행된 토론회 결과는 앞으로 8일 남은 대선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李후보는 盧후보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에 대해 "청와대와 국회, 정부산하단체까지 이전한다고 했는데 그것은 서울, 즉 국도(國都)를 아예 옮기겠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서울의 부동산·주택 값이 떨어지고 서울이 공동화(空洞化)되는 등 경제적으로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李후보는 또 "박정희(朴正熙)대통령 시대인 1970년대에 행정수도를 옮기는 비용이 4조원이라고 했다"며 "행정수도가 옮겨가면 당장 식수가 모자라 새로 댐을 건설해야 하는 등 여러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많은데 盧후보는 좀더 신중해야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盧후보는 "행정부의 기능을 충청권으로 옮겨 인구 50만∼1백만의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했을 뿐"이라며 "그렇게 되면 서울은 동북아시아의 비즈니스 중심 기능을 하는 경제수도로 그대로 남게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서울이 다 옮겨가지 않는데 땅값·집값이 내릴 리 없다"면서 "오히려 수도권의 과밀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盧후보는 "(한나라당이) 행정수도 이전에 40조원 이상이 든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데 일산·분당의 개발 경험으로 미뤄 4조5천억원이면 충분히 수도 이전을 완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權후보는 "전남도청 이전에 2조5천억원이 든다고 하는데 그 돈만으로 행정수도를 이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재벌정책과 관련, 李후보는 "재벌의 제왕적 운영 등 나쁜 측면은 사외이사제 강화나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철저히 다스릴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좋은 것, 즉 경쟁력은 계속 키워나가야 하는 만큼 재벌해체론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盧후보는 "지난 2000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이 된 뒤부터 재벌개혁이 후퇴하고 있다"면서 "재벌의 상호출자·총액출자 제한에 대한 규제를 한나라당은 풀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權후보는 "재벌해체가 옳은 방향이며, 이를 위해 노동자가 재벌회사의 경영에 참가하고 소유지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 후보의 마지막 3차 TV토론(사회·문화분야)은 오는 16일, 이들을 제외한 군소 후보들의 TV토론은 12일 열린다.

이상일 기자

leesi@joongang. co. kr

TV토론 중계 3, 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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