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도 6타차는 버거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3면

타이거 우즈 재단이 주관하는 이벤트 대회였지만 1백만달러의 주인공을 가리기 위한 승부만큼은 치열했다.

4라운드 경기는 우즈가 쫓아가면 파드레이그 해링턴(31·아일랜드)이 도망가는 형국.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역전의 기운이 감돌았지만 6타의 열세를 극복하기에 18홀은 너무 짧았다.

해링턴이 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전드 오크스의 셔우드 골프장(파72·6천3백93m)에서 끝난 타깃 월드챌린지 골프대회에서 우즈의 추격을 따돌리고 합계 20언더파 2백68타로 우승했다. 우승상금은 1백만달러.

3라운드까지 우즈에게 6타 앞섰던 해링턴은 마지막날 1언더파 71타를 치며 우즈의 추격을 힘겹게 막아냈다.

반면 지난해 챔피언이자 대회 호스트인 우즈는 5언더파 67타를 몰아쳤지만 승부를 뒤집는 데는 실패했다. 합계 18언더파 2백70타로 2위에 오른 우즈는 준우승 상금 50만달러를 타이거 우즈 재단에 기탁했다.

해링턴은 하루 종일 타이거 우즈(미국)에게 신경을 집중했다. 자신이 뒤진 상태로 맞은 4라운드에서는 무조건 공격적인 샷으로 압박해 오는 우즈의 특성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는 초반부터 역전의 빌미를 주기 않기 위해 먼저 치고 나갔다. 1번홀(파4)에 이어 2번홀(파5)에서도 버디. 순식간에 해링턴과 우즈의 격차는 8타차로 벌어졌다. 그러나 우즈 역시 버디 사냥을 계속하면서 역전을 노렸다. 최대 고비는 해링턴이 더블보기를 범한 14번홀(파4·4백16m).

해링턴은 어프로치 샷이 카트 도로를 맞고 퉁겨 나가면서 두 타를 까먹는 바람에 우즈에게 1타차로 쫓겼다. 한 샷만 삐끗하면 호랑이에게 물릴 위기. 그러나 해링턴은 16번홀(파5)에서 천금 같은 버디로 다시 우즈를 2타차로 따돌려 한숨을 돌렸다.

1995년 유러피언 투어에 데뷔한 해링턴은 지난 10월 던힐 링크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유럽 무대에서 꾸준한 성적을 올리고 있는 중견 골퍼. 해링턴은 "1백만달러는 고향인 아일랜드에선 복권에나 당첨돼야 만져볼 수 있는 큰 돈"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데이비스 러브3세(미국)가 합계 16언더파 2백72타로 3위, 콜린 몽고메리(영국)와 베른하르트 랑거(독일)는 공동 4위(합계 15언더파)에 올랐다. 우즈는 4주 동안 휴식을 취한 뒤 1월초 하와이에서 열리는 시즌 개막전인 메르세데스 챔피언십에 출전할 예정이다.

정제원 기자

newspoe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