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부상 군인에 85억원 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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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뛰어들어 수백 명의 군인들을 희생시켰다는 비난을 받아온 토니 블레어(57·사진) 전 영국 총리가 회고록 인세를 부상 군인들을 위해 내놓기로 했다. 블레어의 대변인은 다음 달 출간되는 회고록 『여정(A Journey)』의 선인세 460만 파운드(약 85억원)와 이후의 판매 수익금 전액을 대영재향군인회에 기부하겠다고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영국 언론들은 기부금 총액이 500만 파운드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돈은 재향군인회가 건립 중인 부상 전역자 재활센터를 위해 쓰일 예정이다. 대변인은 “군인들의 희생과 용기에 경의를 표하는 뜻”이라고 밝혔다.

블레어는 1997년부터 10년간 총리로 재임하며 이라크·아프가니스탄·시에라리온·코소보에서 전쟁을 치렀다. 이라크전의 명분으로 대량살상무기(WMD) 제거를 내세웠으나 이후 이 무기들의 존재를 입증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 1월 이라크전의 불법성을 검증하는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블레어는 퇴임 뒤 JP 모건 등의 기업체 고문을 맡고 고액의 강연료를 받아 약 1500만 파운드를 번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에서는 그의 기부가 참전 결정과 고소득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피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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