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소비 버릇 여든 간다” 새싹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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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동심(童心)을 사로잡기 위한 유통업체의 ‘새싹 마케팅’이 한창이다. 어린이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어른이 돼서도 고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착안한 마케팅 전략이다.

새싹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식품업계다. 키위 브랜드 ‘제스프리’는 어린이 식생활 캠페인인 ‘제스프리 키위스쿨’ 행사를 연다. 홈페이지(www.zespri.co.kr)를 통해 신청을 받은 후 당첨된 유치원을 방문해 마술쇼를 하고 키위와 캐릭터 인형 등을 선물로 준다.

지난달 5일 키위 브랜드 ‘제스프리’ 직원들이 서울의 한 유치원을 방문해 이벤트를 열고 있다. 마술쇼를 하고 캐릭터 인형도 아이들에게 줬다. [제스프리 제공]

오진우 제스프리인터내셔널코리아 마케팅 담당 이사는 “과일·채소의 좋은 점을 알려주는 등 올바른 식습관을 가르쳐 부모들의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호주축산공사는 정기적으로 유치원을 방문해 쇠고기의 영양 성분을 알려주는 행사를 연다. 어린이 입맛에 맞게 요리한 쇠고기 바비큐 시식 행사도 열어 자연스럽게 쇠고기 요리를 접할 수 있게 한다. 이 회사는 어린이 전용 미니 스테이크를 출시하는 등 새싹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요리 강습을 통해 친밀감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바나나 브랜드 돌(Dole)코리아는 ‘어린이 쿠킹 클래스’란 이름으로 유치원·초등학교를 찾아 요리 강습을 한다. 하루 5가지 종류의 과일·야채를 먹자는 내용의 캠페인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대상 청정원도 ‘어린이 요리학교’를 운영한다.

위생용품 업체도 새싹 마케팅에 나섰다. 올바른 위생습관을 길러준다는 명목을 내세웠다. 칫솔 브랜드 ‘오랄-비’는 대한치과의사협회와 함께 2008년부터 ‘OQ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올바르게 칫솔질하는 법, 잇몸 관리 잘 하는 법 등을 가르친다. 치과 의사가 구강검진도 해 준다.

올해에만 지난달까지 총 80여 개 유치원에서 6400여 명의 어린이가 교육을 받았다. 섬유탈취제 브랜드인 ‘페브리즈’도 유치원을 찾아 항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유통업체가 이처럼 새싹 마케팅에 나선 것은 예전처럼 성인을 상대로 한 마케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승창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어린이에게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쌓는 것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다”며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어린이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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