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못쓰게 되자 장애인車 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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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39세 때 소아마비에 걸려 하반신을 못썼던 미국의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장애인이면서도 차를 무척 좋아했다. 뉴욕 주지사 시절인 1928년 구입한 포드차의 브레이크·클러치·액셀러레이터를 전부 손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개조하기도 했으며, 대통령 시절에는 직접 장애인용차를 몰고 다녔다.

그의 차 경력은 화려하다. 33년부터 세 번이나 연임하며 45년까지 백악관을 지킨 루스벨트는 듀센버그·캐딜락·파카드·링컨 등 고급차만 탔다.

39년 12월 벽돌공의 저격을 받은 뒤에는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중무장한 방탄 리무진 링컨 컨버터블(지붕을 열 수 있는 차)을 탔다. 이 차는 강력한 12기통 엔진에 24㎜ 두께의 방탄유리와 방탄 타이어·경기관총·사이렌·경광등이 달려 있었으며, 무게가 4t이나 됐다.

루스벨트는 날씨가 좋아 해가 맑게 비치는 날이면 차 지붕을 열어 젖히고 직접 운전하기를 좋아해 미국인들은 이 링컨 컨버터블에 '선샤인 스페셜'이라는 애칭을 붙여 주기도 했다.

그는 장난기가 심해 경호원을 따돌리기를 예사로 했다. 어느 일요일 그는 여비서를 태우고 장애인용 소형차를 직접 운전해 관저를 빠져나갔다. 경호원들이 따라붙는 것은 당연했다. 허드슨 강변과 숲 속으로 한참을 달리던 루스벨트는 갑자기 스피드를 내며 급커브를 돌아 오솔길로 차를 몰았다. 오솔길이 너무 좁아 뒤따라오던 경호차들은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 루스벨트는 그들을 따돌린 뒤 관저로 돌아와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에드, 내가 경호원들을 놓치고 말았네. 아무리 빨리 따라가도 그들을 찾을 수가 없어.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좀 찾아주게!"

비서실장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경호실에 전화를 걸어 호통을 치는 등 비상이 걸렸다. 그런데 비서실장이 막 전화기를 놓자마자 새파랗게 질린 경호차들이 백악관을 향해 전속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대통령은 능청스레 "미안하네"를 연발했다. 그러면서 중얼거린 말. "일요일은 나도 한 시민이고 자네들 역시 그렇네. 시민의 자유를 누리게."

대통령 시절 그의 개인 소유였던 장애인 차는 36년형 포드차였다. 핸들 왼쪽에 달려 있는 레버를 한번 당기면 클러치 역할을 했고, 한번 더 당기면 브레이크가 작동됐다. 액셀러레이터는 핸들 오른쪽에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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