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학력 중시 교육'으로 U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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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교육의 기본원칙인 이른바 '여유교육'이 폐지되고 국어.수학 등 기본 교과의 성취도를 중시하는 '학력 중시 교육'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이는 학생들의 창의력과 개성을 키우기 위해 도입된 여유교육이 실제로는 기본 교과를 소홀히 해 학력 저하의 주범으로 작용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오는 21일 정기국회 개원연설에서 학력 저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뒤 여유교육을 표방한 학습지도요령을 전면 개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이에 앞서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 문부과학상은 18일 초.중 학교의 수업시간을 조정해 국어.수학.과학 등 기본 교과목의 수업시간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나카야마 문부과학상은 "국어.수학.이과.사회 등 기본적 교과의 수업시간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과제"라며 '종합학습' 시간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2002년부터 본격 도입된 종합학습은 교과서에 얽매이지 않고 체험.탐구 학습을 통해 종합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수업이다. 일선 학교에선 주 2~4시간씩 일정한 틀이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김치를 만들어 본 뒤 한국 문화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 ▶경찰서 방문 현장학습 등이다.

기본 교과 수업 확충과 함께 전 학교가 공통의 시험을 보는 전국학력시험의 부활도 검토되고 있다. 학교별 성적 비교를 통한 경쟁을 유도해 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일본 교육당국의 여유교육 폐지 방침은 국제 학력 비교 조사 결과 일본 학생들의 성적이 경쟁국에 비해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준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22개국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에서 일본 고교생은 독해력 14위, 수학 6위로 2000년에 비해 각각 5~6단계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한결같이 여유교육으로 돌렸다. 1970년대 중반부터 도입된 여유교육으로 각급 학교의 교재 분량은 3분의 2로 감소했다.

하지만 일선 교육현장에선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학력 저하는 여유교육보다는 학습의욕과 성취동기를 부여하지 못하는 사회 풍조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도쿄(東京)의 한 중학교 교사는 "2002년 교과과정이 개편되고 종합학습이 이제 정착단계에 접어들고 있는데 갑자기 기본 방침을 바꾸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여유교육 폐지 방침에 따라 주5일제 수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일본에서는 2002년 학습지도 요령 개정과 함께 완전 주5일제 수업이 실시됐다. 공립학교에선 토요일 휴교가 의무화됐다. 그러나 전체 수업 시간 수가 줄어든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에서도 오는 3월부터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월 1회 주5일제 수업이 시행된다. 단계적으로 월 2~4회로 늘어난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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