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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까기 인형' 맛이 다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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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UBC)이 올해도 나란히 '호두까기 인형'으로 송년무대를 마련한다. 둘이 선의의 경쟁을 벌인 지 벌써 16년째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 작품은 송년 레퍼토리로 인기가 높다. 작품의 배경과 내용 때문에 연극에서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이 여름 무대의 단골이듯 크리스마스 시즌 세계 유명 발레단은 '호두까기 인형'으로 한해를 정리하는 전통을 키워왔다.

국립발레단은 21∼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이 작품을 선보인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세종문화회관에서 18∼22일 공연한다. UBC는 서울 공연 외 경기도 군포시민회관(25∼26일)과 경남 창원 성산아트홀(29∼30일)에서 지방관객들과의 만남도 가진다.

제목은 물론 원작자(E T A 호프만)와 작곡가(표트르 차이코프스키)가 같지만 두 발레단의 작품은 사실 상당한 차이가 난다. 안무가의 구성방식에 따른 편차로 여태껏 그 '차이'를 눈여겨 보려는 사람은 드물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한 작품만 보면 두개를 다 본 듯한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둘의 다른 점을 비교·감상하는 기회로 삼으면 더욱 흥미있지 않을까 싶다.

◇뭐가 같고 다른가=크리스마스 이브 파티를 배경으로 꿈 속에서 만난 왕자(사실은 호두까기인형이 변신한 것이다)와 공주의 환상여행인 점은 닮았다. 그러나 여자 주인공이 클라라(UBC)와 마리(국립발레단)로 다르게 불리는 등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는 차이가 난다.

이것은 국립발레단이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전통을 이은 유리 그리가로비치판을, UBC가 마린스키(옛 키로프)발레단의 맥을 잇는 바실리 바이노넨판(현 UBC 예술감독인 올레그 비노그라도프 재구성)을 채택한 결과다. 굳이 구분한다면,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역동적인 발레 테그닉을 구사하는 어른용이요, UBC의 그것은 핑크빛 무대장치에다 마임 등 아기자기한 동작이 어우러진 아이들용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주역들의 대결이 볼거리='한국 남성 발레사는 이원국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세간의 평가처럼 남성 발레사의 기준점이 되는 국립발레단의 이원국은 10년 연속 주역 왕자(파트너는 윤혜진)로 출연한다. 그는 1997년 국립발레단으로 옮기기 전 UBC에서도 주역으로 활동했다. 이밖에 국립발레단은 김주원·장운규,신무섭·홍정민,전효정·정주영,이원철·박연정이 요일별 주역으로 등장한다. 간판들이 총 출동하는 셈이다.

UBC도 86년 초연 이후 최다인 여섯 커플로 주역을 구성했다. 관록파와 신예가 공존하는 무대로 임혜경·황재원, 김세연·엄재용, 황혜민·왕이, 이민정·서라벌, 안지은·김종훈, 유난히(상대역은 아직 미정) 등이 주인공이다.

◇이벤트도 다양하게 준비=두 단체 모두 연말 단체 관객을 위한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준비했다. 50%(국가유공자와 장애인·초등학생)에서부터 10%까지 여러가지 할인율을 적용한다.

UBC는 공연 수익금 일부를 유니세프 후원금으로 기탁하며, 공연 시작 전 호두까기 인형과 무어인·콜롬바인 의상을 입은 마임배우들과 함께 가족 사진을 찍는 행사를 펼친다. 국립발레단도 극장 로비에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서의 사진 촬영, 4인조 브라스밴드의 캐럴송 연주, 인형전시 등을 준비한다.

UBC 공연시간은 오후 3시30분·7시30분. 7만∼2만원. 02-2204-1041∼3. 국립발레단 공연시간은 21·27일 오후 7시30분, 기타 오후 3시·7시30분, 26일 쉼. 5만∼1만원. 02-580-1300.

정재왈 기자

nicola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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