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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포커스 위대한왼손]순발력·천재성 '번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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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유명 스포츠 스타 가운데는 왼손잡이·왼발잡이들이 많다. 올해 야구계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번 '3李' 이상훈·이승엽·이종범이 왼손잡이고, 농구계의 두 천재 허재·김승현도 그렇다. 배구의 김세진이나 축구의 고종수도 '짝배기'다. 한국 최초의 펜싱 금메달리스트 김영호, 왕년의 탁구스타 유남규, 세계 최고의 핸드볼 공격수 윤경신도 왼손잡이다. 왼손잡이와 경기력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희소성의 이점=육상·수영 등 기록경기를 제외한 모든 스포츠에서는 왼손잡이의 희소성이 작용한다. 선수들 대부분(약 90%)이 오른손잡이여서 같은 오른손잡이들끼리 경기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왼손잡이들의 몸동작에 순간적으로 혼란을 느끼는 것이다.

구기의 경우 상대팀 왼손잡이 선수를 수비하는 선수들은 상대가 왼쪽으로 드리블하고 왼손이나 왼발로 슛을 한다는 사실을 거듭거듭 외우더라도 막상 결정적인 순간에 깜빡해 놓치는 수가 많다.

탁구·테니스·배구 등 신체적 접촉이 없는 얌전한 경기뿐 아니라 레슬링·유도·태권도 등 격투기에 이르기까지 왼손잡이의 이점은 상당하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테니스·펜싱·복싱 종목의 상위 랭커 15% 이상, 특히 펜싱에서는 최근 14년간 세계대회 4강에 든 선수 가운데 50%가 왼손잡이라고 보도했다.

◇왼손에 유리한 구조=야구는 특히 왼손선수들의 천국이다. 좌완투수는 세트 포지션에서 몸이 1루로 향하고 있어 도루에 대처하기 쉽다. 왼손타자의 타석은 오른손타자의 타석보다 1루에 가깝다.

왼손타자는 오른손타자보다 우완투수의 공을 더 오래, 잘 볼 수 있다. 우완투수의 공은 오른손타자의 등 뒤쪽에서 들어오는 데 반해 왼쪽타자의 경우 앞쪽에서 오기 때문이다. 야구에서는 내야수와 외야수를 구분하듯 우완투수·좌완투수를 구분하고 좌완투수를 소중히 여긴다.

타자들도 좌완투수를 더 어려워한다. 이승엽이 만약 좌타자가 아니었더라면 홈런왕이 못 됐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오른손 야수가 좌타자의 이점을 얻으려고 우투좌타를 하고 있다. 김기태는 오른손잡이지만 아예 좌투좌타로 변신했다. 올해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후보 43명 중 무려 18명이 왼손잡이다.

씨름도 구조적으로 왼손잡이가 유리하다. 다리 샅바를 잡는 손이 힘이 더 센 왼손이기 때문이다. 이만기는 왼손잡이였기 때문에 비교적 작은 체구에도 이봉걸 같은 오른손잡이 거구들을 무너뜨리고 천하장사가 됐다는 얘기도 있다.

◇선천적 천재성=왼손잡이 스포츠 스타들을 괴테·피카소·미켈란젤로 등 왼손잡이 예술가들의 창의성, 아인슈타인·빌 게이츠 등 왼손잡이 과학자들의 천재성, 나폴레옹·알렉산더·시저 등 왼칼잡이 장군들의 용맹성과 연관짓는 시각도 있다. 왼손잡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오른쪽 뇌가 시각적·감성적·공간적 사고나 창의성을 담당하고 있어 오른손잡이 운동선수보다 창의적이고 순발력이 좋다는 것이다. 실제로 왼손잡이 스포츠 스타들은 대부분 노력형이라기보다는 천재형이다. 야구천재 이종범도 유격수를 하기 위해 오른손잡이로 전향했지만 원래는 왼손잡이였다.

성호준·문병주 기자

karis@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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