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관 달라 위기 … 한·미 끈기있게 대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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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2기의 한반도 정책을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 5명에게서 들어봤다. 고든 플레이크(맨스필드센터 소장), 데이비드 스타인버그(조지타운대 아시아연구소장), 돈 오버도퍼(존스 홉킨스대 교수), 발비나 황(헤리티지 재단 동북아 정책분석관), 오공단(미 국방분석연구소 동아시아 책임연구원)이 참여했다.

◆ 북핵 해법=뚜렷한 해법이 없을 것이라는 위기관리론과 어떤 수준으로든 해결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렸다. 다만 세차례의 6자회담 외에는 구체적 행동이 없었던 1기 때보다 강도 높게 대응하리라는 데 일치했다. 관리론은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북한의 잠재적 핵 보유를 묵인할 것이라는 주장(오공단)이다. 반면 미국은 북한이 핵 폐기 의사를 천명할 때까지 계속 압박하리라는 주장(플레이크)도 있다.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를 동아태 차관보에 내정한 인사는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 군사행동 가능성=5명 중 4명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봤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요구대로 불가침 약속을 하지는 않을 것이며▶군사행동 옵션도 표면적으론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이들은 경제제재, 안보리 회부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미국은 가급적 협상을 통한 해결에 주력할 것으로 봤다. 다만 플레이크는 모든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 군사공격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폈다.

◆ 한.미동맹의 미래=5명 모두 심각한 위기라고 진단했다. 북한에 대한 양국 인식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오버도퍼는 "미국이 북한만큼이나 한국과의 관계에 신경 써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해법으로 5명 모두 "양국이 끈기있게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조언=부시 대통령과 자주 대화하며 진짜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시 행정부가 한국의 변화된 위상을 인정하는 자세로 선회하고 있는 만큼 노 대통령도 한국민이 미국을 이해하도록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한편 플레이크는 "노 대통령이 계속 북한을 편드는 듯한 자세를 취하면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해도 괜찮으리라고 오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도 할 일이 많다며 ▶노 대통령을 즉각 워싱턴으로 초청할 것▶북핵 협상에서 한국부터 챙길 것▶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협상 당사자로 존중할 것 등을 제시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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