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난립하는 제주 민박촌:서귀포엔 2년새 두배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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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너무 많이 생겼지요. 올해는 그럭저럭 넘긴다 해도 내년부터 공급과잉이 심각한 수준에 이를지 몰라요." 민박촌을 이루고 있는 북제주군 애월읍의 한 민박집 주인은 이렇게 말하며 울상을 지었다.

남해 청정바다를 끼고 도는 제주도 해안순환도로 변에는 건축 중인 건물이 곳곳마다 눈에 띈다. 대부분 전원형 단독이나 다가구주택으로 경치 좋은 곳에 지은 후 민박으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다.

제주도가 넘쳐나는 민박 시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해안도로 인접 지역에서만 3백87건의 건축허가가 나갔고, 이 중 절반 이상은 민박시설로 추정된다. 실제로 서귀포에서 운영 중인 민박집은 1백65군데로 2년 새 갑절 가까이로 증가했다. 북제주군도 5백92가구, 2천4백여실이 있는데 이 중 15% 가량이 올 상반기에 새로 생겼다.

농어촌정비법에는 7실 이내의 농어촌민박은 숙박업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도시계획법에는 자연녹지 안에서는 숙박시설을 짓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숙박업 적용을 받지 않는 주택을 자연녹지 등에 지은 후 이를 민박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있다.

민박 중 상당수는 '펜션(전원주택형 민박)'이란 간판을 걸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제주도개발특별법에 따라 도의 지원을 받는 '휴양펜션'과 다르다. 서귀포시 대포동 나폴리 휴양펜션 김병섭 사장은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이색숙소를 좋아하는 데다 주5일 근무제 영향으로 내륙에서 펜션 붐이 인 것도 제주도에 민박시설이 급증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북제주군 애월읍 강령리에서 민박을 운영하는 김창진씨는 "가을 이후 수입이 여름의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겨우 수지를 맞추고 있다"며 "그나마 주변 민박들에 비해선 상황이 많이 나은 편"이라고 했다.

북제주군 관계자는 "올들어 9월까지 민박 가옥 평균 수입은 가구당 2백60여만원으로 지난해의 배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으나 민박 운영이 8∼9월 두 달간에 집중돼 있어 안정성 측면에서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컨설팅 강경래 사장은 "준비 없이 덤벼드는 투자자들의 자세가 문제이므로 사전에 수익성을 꼼꼼히 따진 후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김용석 기자

caf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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