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5대선후보 TV합동토론정치분야]李·盧 '북한核 해법'완전 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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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일 열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민주당 노무현(盧武鉉)·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후보 간 첫 TV 합동토론회에선 후보들의 입장이 선명하게 갈렸다. 주제가 정치·외교·통일 분야여서 공방전도 뜨거웠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해 李후보와 盧후보는 모두 "절대 용납해선 안된다"며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뒤부터는 달랐다. 李후보는 "강하게 포기를 요구하고 경제적 수단 같은 것도 연계해 생각해야 한다"고 밝혀 대북 경제제재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 "인도적 지원이나 민간 차원 교류를 제외하고 현금 지원은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盧후보는 "끈질긴 대화와 설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압력 행사가 실패할 때 가공할 결과가 올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정치 분야는 후보 단일화 논란, '낡은 정치' '부패 청산'논란까지 맞물려 난타전이 벌어졌다.

李후보는 盧후보를 향해 개헌·의약분업·고교 평준화 등을 거론하며 "성향과 이념이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정책 공조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盧후보는 "정당을 합치자는 게 아니라 후보를 한 사람으로 결정하는 약속이었다"며 "밀약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부패 척결 문제에서 李후보는 "권력 집중, 돈과의 유착에서 나오는 만큼 검찰 등 모든 기관을 중립화시키겠다"면서 盧후보에겐 "현 정권 들어와 대통령 아들이 관련된 부패에 국민이 좌절할 때 盧후보는 무슨 말을 하고, 무엇을 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盧후보는 "李후보는 1996년 국회의원 선거 때 안기부 예산 1천2백억원을 들어다 선거자금으로 썼을 때나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현철씨 비리 때 뭘 했느냐"며 "다 말 못하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李후보는 지역주의 해소책을 두고 "정치인이 지역감정을 이용하지 말아야 했다"고 말했다. 盧후보는 "李후보는 98년부터 99년까지 영남에서 지역감정에 호소했고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재미를 봤다"고 공격했다. 權후보는 "두 후보 모두 지역주의를 말 할 자격이 없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한나라당이 제기한 도청 의혹을 두고 盧후보는 "나는 도청의 피해자"라며 "지저분한 문건을 만들어내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비신사적인 게임을 하는데, 이러면 정치가 발전하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이에 대해 李후보는 "문제의 본질은 불법 감청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검찰이 제대로 조사한다면 우리는 제보자에 대해 분명히 밝히겠다"고 했다.

검찰 중립화 방안에 대해 李후보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내년 초 실시하겠다"며 "검찰 인사위원회에서 검찰총장도 제청하도록 하고 보직 인사권까지 검찰총장에게 주겠다"고 했다. 盧후보는 "검찰이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는 스스로 세워나가야 한다"며 "한시적으로 특검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날 盧후보는 李후보에 대해 "1인 지배 제왕적 통치, 지역주의, 가신 의존 얘기를 듣고 있다"고 한 뒤 "가족과 부인이 부정부패 혐의를 받는데 3金정치와 무엇이 다르냐"고 했다. 그러자 李후보는 "세 분을 존경하지만 정치적으로 연계를 갖고 있지 않다"며 "盧후보가 대선후보가 된 뒤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 시계를 내보이고 부산시장 후보를 내달라고 한 것은 구태정치"라고 받아쳤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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