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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5 대선후보 TV합동토론 정치분야]北에 현금지원 李 "중단해야" 盧 "계속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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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열린 첫 TV 합동토론회에선 불꽃이 튀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민주당 노무현(盧武鉉)·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후보는 1백20분간 한치의 양보없는 공방을 벌였다. 특히 북한 핵문제와 관련, 李후보는 "현금지원은 북한 핵개발에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고, 盧후보는 "갑작스러운 지원 중단은 남북관계를 경색시킨다"고 말했다. 세 후보는 종종 2대1로 편이 갈리기도 했다. 모두발언에서 李후보는 "부패와 비리로 실망시킨 정권을 교체해야 새시대를 열 수 있다"고 했고, 盧후보는 "정권만 바뀐다고 정치가 달라지지 않으며 새 정치로 정치를 통째로 바꾸겠다"고 했다. 權후보는 "가진 사람들이 세금 한푼 안내고 떵떵거리는 세상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북한 핵

▶사회=북한 핵 개발 계획을 둘러싼 국제적 우려가 커진다. 해결 방법과 주변 4강에 대한 외교정책 방안을 말해 달라.

▶노무현 후보=북한의 핵 개발은 용납돼선 안된다. 압력 행사는 위험하다. 끈질긴 대화와 설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1994년 핵 위기 때도 북·미 간 갈등을 남한이 주도적으로 중재하지 못해 위험한 순간까지 다다랐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북·미·일과 공조해야 하지만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권영길 후보=제네바 합의는 북한과 미국이 동시에 어겼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어긴 것처럼 몰아가선 해결이 안된다.

▶이회창 후보=대화와 평화적 해결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그러나 아무 조치 없이 달래고 대화하며 기다려야만 하는가. 북한은 제네바 합의를 어겼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핵 보유는 단순히 미국과의 문제가 아니고 농축 우라늄은 한반도에서 폭발할 수도 있는 문제다.

▶盧=남북 대화가 막히면 핵 문제를 남한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어진다. 압력해서 효과가 나면 다행이지만 압력이 실패했을 때의 결과가 너무 가공하고 엄청나다.

SOFA 개정

▶사회=여중생 사망사고를 둘러싸고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개정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한 생각과 미국 설득 방법은.

▶權=미군 병사가 교통사고를 내면 우리는 민사소송을 청구하지 못한다. 독극물을 방류해도 환경 보호권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 특별 협정을 폐지해야 한다.

▶李=우리당은 개정 입장을 개진했고, 부시의 직접 사과도 요구했다. SOFA는 개정돼야 한다. 미·일, 미·독 간 체결된 것과의 불균형이 있다. 우리의 외교 목표는 국익과 국민 안정이다. 어느 나라건 당당히 할 소리를 하고 따올 것은 따와야 한다.

▶盧=나도 SOFA에 침묵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외교 관계자가 왔을 때 사과를 요구했다. 한·미관계가 잘못된 것은 과거 우리 외교가 미국을 너무 추종해 비판이 없는 외교였기 때문이다.

▶權=대통령 후보들이 부시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SOFA 개정에 공동 서명하자.

통일방안

▶사회=통일방안 구상이나 통일과정을 설명해 달라.

▶李=역대 정부의 공식 방안인 3단계 통일방안을 상황에 따라 진전시켜야 한다. 먼저 화해 협력의 단계에선 평화를 정착시키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한다. 둘째, 남북 연합 단계에선 연합기구를 만들고 공동생활체를 형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통일 국회·통일 정부를 이뤄 민주통일로 가는 것이다. 그 중에서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인권보호라는 기본 가치를 지켜야 한다.

▶盧=평화가 축적돼야 통일이 되고 신뢰 구축이 필요한데 李후보는 상호주의와 국민적 합의·검증을 내세운다. 상호주의는 북한이 조금만 합의를 위반한다든지 자존심을 상하게 하면 거기에 대응하는 무엇을 바로 해야 하고, 우리가 지원하되 북한의 응답이 없으면 우리가 지원을 끊는 것이 되니까 신뢰 구축이 어렵다.

▶權=남북,미국 간에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군을 50만명으로 감군하고 복무기간은 18개월로 선도적으로 줄이는 군축을 하자.

▶李=김대중 정부는 5년간 상호 검증을 무시하고 햇볕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북한은 뒤에서 핵 개발을 했다. 상호주의는 하나 주면 하나 내놓으라는 게 아니다. 전략적으로 늦출 때는 늦추면서 줄 때는 평화조치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국정원 도청 의혹

▶사회=도청 의혹이 제기됐다. 국정원 개혁을 말했는데.

▶盧=나는 도청의 피해자다. 한나라당이 자료를 쥐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은 철저히 수사하고 대통령도 지시해야 한다.

▶權=李후보가 입수한 경위를 밝혀야 한다. 도청이 사실이면 盧후보도 후보 자격이 상실된 것이다.

▶李=본질은 국가기관의 불법 감청이다. 검찰이 제대로 조사한다면 우리는 제보자를 분명히 밝힐 것이다.

▶盧=李후보는 5년 전에도 공작 문건으로 상대 후보를 공격한 전력이 있다. 한나라당엔 옛날부터 공작정치를 한 전문가들이 있는 모양이다.

지역주의 극복

▶사회=지역주의 극복이 과제인데.

▶李=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뒤 인사에서 특정지역 싹쓸이 인사를 안 하고 비호남 지역, 예를 들어 TK와 PK 출신을 많이 채용하는 등 탕평인사를 했다면 반DJ정서도 많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盧=여섯번 선거에 나와 네번 떨어졌다. 지역주의에 저항하다 그랬다.

검찰 중립화

▶사회=정치적 독립과 중립성이 생명인 검찰이 늘 편파성 시비에 휘말려 왔고, 특검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해법은.

▶李=검찰 등 국가기관이 중립을 지키면서 대통령 말을 안 들으면 정치보복도 없을 것이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내년 초 실시하겠다. 검찰 인사위원회에서 검찰총장도 제청하도록 하고 보직인사권까지 검찰총장에게 주겠다.

▶盧=검찰이 그동안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해왔다면 왜 이런 얘기가 나왔겠느냐. 국민적 신뢰가 축적될 때까지 특검제가 필요하다.

▶權=민주당은 야당일 때 특검제를 주장하더니 집권해선 거부했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세 후보 간 토론>

▶權=정치개혁의 대상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정치개혁을 언급할 자격이 없다.

▶李=우리 당에는 계파가 없다. 민주당은 계파 때문에 여러 문제가 나오고 있지 않은가.

▶盧=민주당이 과거에 여러 과오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겠다. 한때 많이 흔들렸지만 국민과 당원들이 나를 바로세워 줬고 지금도 국민 성금으로 나아가고 있다.

▶權=상향식 공천을 법제화하자.

▶李=개혁은 칼로 무 자르듯이 되는 게 아니다. 한나라당은 역사가 오래됐지만 수시로 개혁해 왔다.

▶盧=한나라당처럼 정통적 보수정당이고 문화가 옛날식 정당이라면 계파가 없는 게 오히려 문제다. 1인독재다.

▶李=盧후보가 단일후보가 됐는데 정몽준씨와 동질성이 전혀 없다. 이념도, 지향성도 다른데 어떻게 정책공조를 이뤄내나.

▶盧=단일화를 했지만 정당을 합치는 걸 약속하지 않았다. 선거에서 공조하고 정치개혁에서 공조하기 위해 정책조율을 적극 검토하고 있을 뿐이다.

▶權=盧후보는 鄭후보와의 단일화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선거에서 승리하지 않더라도 철학과 소신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했는데 바뀌었다.

▶李=정몽준씨는 대북정책에서 현금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데 盧후보는 반대하고, 의약분업도 鄭씨는 재검토인데 盧후보는 지금처럼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교평준화도 입장이 다르다. 이런 중요한 문제가 다 다른데 어떻게 공조를 이루나.

▶盧=鄭후보와 나는 국민의 뜻을 물어 단일화했다. 아무런 밀약이 없었다.

▶權=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자.

▶盧=李후보는 3김 청산 얘기를 많이 했지만 1인지배 제왕적 통치, 지역주의, 가신의존, 부정부패 혐의를 참 많이 받고 있다. 3김 정치와 다른 게 뭐냐.

▶李=3김을 존경하지만 정치적 연계는 없다. 盧후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 시계를 보이며 부산시장 후보를 내달라고 했다. 호남에서는 '김대중 대통령 자산·부채 다 상속한다'고 하더니 부산에 가서는 '나는 꾀가 있어 부채 빼고 자산만 승계한다'고 했다. 이런 게 구태정치다.

▶盧=일간지 여론조사를 보니 55%의 국민이 李후보는 3김 정치와 같다, 11%는 더하다고 답변했다.

▶李=후보 단일화를 여론조사로 하니까 여론조사로 여러가지를 평가하는가 본데 그렇지 않다. 정직하게 뭐가 구태정치고 국민에게 사과할 점은 없는지 생각해보자.

▶權=한나라당 부패 원조당, 민주당 신장개업당, 김영삼·김대중 가운데 누가 더 부패했는지, 김현철과 김홍일중 누가 더 많이 받아 먹었는지 판단할 수 없다.

▶李=부패는 권력의 집중과 돈과의 유착에서 온다. 검찰 등 권력기관을 중립화해야 한다.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하지 못하게 해야한다. 또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분담이 이뤄져야 한다.

▶盧=앞으로 생기는 권력형 문제는 재산을 추적해 범죄로 생긴 것은 몰수해야 한다. 민주당이 신장개업 부패당이라고 했는데 국민께 송구하고 부패사업을 없애고 사장도 바꿔 깨끗한 정당을 만들겠다.

<4면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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