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짐머 시카고대 총장 “비판적 사고력 길러주려 인문학 교육 힘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기부금 입학은 좋은 입학 방식이 아니다.”

로버트 짐머(63·사진) 시카고대 총장은 입학을 조건으로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는 기부금 입학에 대해 “시카고대는 기부금 입학을 (허용)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논의됐던 기부금 입학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짐머 총장은 16일 방한해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김병국) 주최 조찬 강연에서 ‘연구 중심 대학의 당면 과제와 도전’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 뒤 기자 간담회에서 “시카고대 같은 연구 중심 대학은 미 연방 정부로부터 연구비, 외부로부터 기부금 등을 받고 있으나 이로 인해 대학의 자율성이 도전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시카고대는 2008년 예산이 14억6800만 달러(약1조7430억원)인 미국 중부 사립 연구 중심대학이다. 석유재벌 존 D 록펠러가 1892년 세웠다. 시카고대 전체 세입의 22.9%가 연방 정부 등의 지원금이다. 국내 사립 연구 중심 대학들이 정부로부터 5% 미만의 지원금을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짐머 총장은 “미 연방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비교적 일관성 있게 대학에 연구 지원을 해왔다”며 “정부의 지원 없이는 고차원적인 연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형 대학 모델이 전세계로 확산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성, 자율성, 경쟁 등 3가지 요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이 자발적으로 교수들의 연구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기준을 세우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능력 있는 교수와 학생 등 인재를 불러모으는 경쟁 시스템의 장점 덕분이라는 것이다.

짐머 총장은 대학 교육에서의 비판적 사고력을 강조했다. 그는 많은 노벨 수상자를 낸 시카고대 경제학부를 예로 들며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고와 전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따지게 하고 상상력을 자유롭고 무한하게 발휘해 대안을 찾도록 한다”며 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고자 학부생이 인문학을 배울 수 있도록 힘쓴다”고 덧붙였다.

짐머 총장은 하버드 대학에서 수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80년부터 시카고대 교수를 하다 2006년 총장이 됐다.

강홍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