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IAL TIMES]공격대상 넓히는 알 카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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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스라엘 관광객으로 북적대는 케냐의 해안 휴양지 몸바사의 이스라엘인 소유 파라다이스 호텔이 지난 28일 자살폭탄 공격을 받은 그 시각, 휴양객을 가득 싣고 몸바사 공항을 이륙한 이스라엘 항공기가 지대공 미사일 공격을 받았으나 가까스로 격추를 모면했다. 보도에 따르면 호텔에서 두 명의 이스라엘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5명이 숨졌다. 지난달 발리 폭탄 테러와 9·11 테러 등 끔찍한 사건들을 생각하면 더많은 대량학살이 발생하지 않은 것만도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대규모 테러가 계획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케냐 자살폭탄 테러에 대해 '팔레스타인군'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단체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번 동시다발 테러는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 그룹의 동조자와 추종자가 벌인 소행이라는 혐의가 짙다. 만약 알 카에다의 소행이라면 이스라엘인과 전세계 유대인들을 공격하겠다고 말한 빈 라덴이 자신의 약속을 지킨 셈이다.

1998년 알 카에다가 케냐와 탄자니아의 미 대사관에 차량폭탄 테러를 가하기 6개월 전, 빈 라덴은 "유대인과 십자군에 대항한 이슬람 세계의 성전(聖戰)이 시작되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된 그의 계획은 서구사회와 이슬람 세계가 대치하는 전세계적 전선을 형성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에서 비롯된, 선동을 위한 부차적 계략으로만 여겨져 왔다. 만일 이러한 자세에 변화가 생겼다면 이는 빈 라덴과 그의 세력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 그리고 아마도 대(對)이라크 전까지도 이슬람 세계와 서구사회의 대결구도를 더욱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 이같은 대결구도 확장의 위협을 막는 것이 가능할까.

안보적 관점에서 세계에는 케냐의 파라다이스 호텔, 발리의 디스코텍, 튀니지 제르바의 유대교 예배당과 같은 테러의 목표가 될만한 '소프트 타깃(목표)'들이 널려 있다.

정보기관들이 대응능력을 계속 강화하고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만이 취약성을 그나마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빈 라덴처럼 여러 개인·집단·가족관계의 네트워크에서 지원을 받는, 느슨하고 일정한 형태가 없는 테러연합이 곳곳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가공할 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추적하는 편이 그보다 훨씬 쉬울 것이다.

나아가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에 회의적인 이들은 워싱턴 정부가 바그다드에 집착하는 것이 테러와의 전쟁의 진척을 방해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상황이 좋든 나쁘든 간에 과거 아프가니스탄으로 모여들었다가 흩어진 수만명의 이슬람·아랍의 지원병들을 추적·섬멸하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전쟁터에서 단련된 이들 광신도 집단은 알 카에다에 신입 조직원을 끊임없이 공급하는 핵심 후원자이기 때문이다.

추적작업을 위해서는 이들 집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테러리스트의 피신처가 되고 있는 케냐·소말리아 같은 동맹국들의 협력이 더 많이 요구된다. 세계 전역에서 분규를 조장하려는 적들과 맞서는 일에는 폭넓은 동맹과 정보의 공유가 필수적이다.

정리=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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