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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40대 유권자: 반공교육·김일 레슬링·통기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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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0대는 어떤 사람들일까.

40세(1962년생)∼49세(1953년생)는 7백60만명에 이른다. 전체 유권자의 22%선이다. 남자가 3백85만명. 여자보다 10만명이 많다.

이들은 박정희(朴正熙)대통령 시절 초등학교를 다녔다. 반공(反共)을 주제로 글짓기, 포스터 그리기, 웅변대회를 했다. 주입식 반공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으면서 보수 일방통행 환경에서 자라난 세대다.

이들의 기억엔 밀기울 빵 한쪽,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에 담긴 가루분유 급식이 남아 있다.

김일 선수의 레슬링 중계를 보기 위해 TV가 있는 '동네 부잣집'에 몰려갔던 세대다. 먹고 살 만해진 1970년대 태생과는 달리 어릴 적 기억에 잠재된 가난도 이들을 이해하는 하나의 코드가 된다.

20대에 들어 이들은 사회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민주 대 반(反)민주'의 대결구도를 통해서다. 이들 중 대학을 다닌 사람들은 장기집권·유신반대(70년대)∼전두환 군사정권 반대(80년대)를 위해 싸우거나 혹은 지켜본다. 이 경험은 이들을 이른바 '넥타이 부대'로 변신케 해 6·10 항쟁(87년)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는 선봉에 서게 한다. 대학 대신 산업현장으로 바로 진출한 이들은 전태일의 분신에 대해 듣고 민주노총의 설립까지를 지켜보게 된다. 40대들에겐 이 연령층만이 경험한 '특정시점 효과(period effect)'가 생긴 것이다.

연세대 김왕배(金王培·사회학)교수는 "유신, 5·6공의 암울한 시절 민주화를 경험하면서 자신들이 받았던 3공의 주입식 반공교육을 탈피하려고 몸부림이 컸던 마지막 세대"라고 40대를 규정했다.

문화적으로는 통기타 세대인 '김민기·양희은과 정태춘·박은옥·트윈 폴리오'를 즐긴 낭만적 기질도 있다.

이들은 현재 대기업에선 차장·부장 등 중간리더들로 활약 중이며, 중소기업·자영업을 하기도 한다. 위로는 50대, 아래로는 20∼30대에 영향을 미치는 오피니언 리더들이다.

회사의 회식자리, 명절 안방모임에서 화제를 끌어가는 연령층이다. 크건 작건 집 한채는 가졌을 연령대이고, 교육·진학제도에 관심을 갖는 학부모이면서, 직장의 안정성과 주식·재테크는 물론 노후설계에도 관심을 갖는 나이다. 40대 공통의 '연령 효과(age effect)'가 나타난 것이다.

서울대 홍두승(洪斗承·사회학)교수는 "40대 후반으로 갈수록 시대적 특수성이 점차 줄어들며 50대보다는 보수성이 덜하지만 급작스런 사회변화에는 회의적인 특성이 나타난다"고 정의했다.

절반의 40대 여성은 남성들과 어떻게 다를까. 민주당의 이해찬(李海瓚)기획본부장은 "각종 조사 지표 결과 50대 여성은 큰 아들의 의견을 가장 많이 듣는 반면, 40대 여성은 남편의 의견을 존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金·洪교수는 그러나 "여성의 공공영역을 넓혀온 페미니즘 첫 세대 여성들이 40대 중반에 포진하고 있어 여성의 독립·주관적 판단 성향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 5년의 세상을 결정할 불혹(不惑·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의 40대 민심을 후보들이 어떻게 유혹할지 사뭇 주목된다.

최훈 기자

cho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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