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협력위해 양보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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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분권형 개헌론'수용에 난색을 표하던 민주당이 조금씩 물러나고 있다. 정몽준 대표의 협력을 얻기 위해선 불가피한 양보라는 것이 노무현 후보 진영의 생각이다.

28일 오전 盧후보는 기자간담회에서 '개헌 논의 수용'의사를 밝혔다. 다만 盧후보는 "이 제안은 권력분산이란 측면이 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권력 나누기란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鄭대표가 盧후보의 발언을 '정치적 수사(修辭)'라고 깎아내리자 이날 오후 한발 더 물러섰다.

국회에서 있은 국민통합21과의 회동에서 임채정(林采正)단장 등 협상팀은 핵심 쟁점 중의 하나인 개헌 발의시기를 2004년 5월로 양보했다. 합의문을 발표하지는 못했지만 양측 모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남은 쟁점은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합의문에 넣자는 통합21의 요구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의 개헌'이라고 포괄적으로 표현하자는 민주당의 의견을 절충하는 것이다. 그래서 양측 협상팀은 29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고심하는 것은 盧·鄭의 후보 단일화가 국민에게 '권력 나눠먹기'로 비춰질 가능성 때문이다.

그러나 "양당의 이견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며 사실상 타결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민주당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29일에는 합의문 발표가 가능할 것"이라며 "발표와 동시에 盧후보와 鄭대표의 회동 일정이 잡힐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낙관적인 전망 속에서도 정작 林단장과 정세균(丁世均)의원 등 협상팀은 "아직 조정할 게 남아 있다"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양당의 공조가 무산될 경우 후보 단일화라는 이벤트를 통해 재점화된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이 잦아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盧후보 측의 선택폭을 좁히고 있다.

그 때문에 민주당이 어떤 식으로든 양보를 계속해 협상을 성사시킬 것이 유력하다.

이정민·서승욱 기자

jm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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