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11언더 '환상의 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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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말 놀랄 만한 경기를 펼쳤다. 옆에서 그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리치 빔)

"오늘은 샷 실수가 전혀 없었다. 공이 모두 한가운데 딱딱 떨어져 나 스스로 놀랄 지경이었다."(타이거 우즈)

남자 메이저대회 우승자들끼리 '왕 중 왕'을 가리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그랜드슬램 골프대회는 이제 장소 변경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

1998년부터 올해까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내로라 하는 프로들이 나서봤지만 적어도 미국 하와이 카우아이의 포이푸베이 골프장(파72·6천4백44m)에서 우즈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엔 데이비드 톰스·데이비드 듀발(이상 미국)·레티프 구센(남아공) 등이 들러리를 섰고, 2000년엔 피지의 흑진주 비제이 싱과 톰 레이먼·폴 에이징어(이상 미국) 등이 희생양이 됐다. 올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우즈는 28일(한국시간) 포이푸베이 골프장에서 끝난 대회 2라운드에서 11언더파 61타를 몰아치며 합계 17언더파 1백27타로 우승했다. 61타는 우즈의 생애 최소타 타이기록이자 대회 최소타 기록이다. 우즈는 1999년 바이런넬슨 클래식과 2000년 NEC인비테이셔널에서 61타를 친 바 있다.

우즈는 또 지난해 그가 작성한 대회 최소타 기록을 5타나 줄이면서 공동 2위에 머문 저스틴 레너드와 데이비스 러브3세(합계 3언더파 1백27타·이상 미국)를 무려 14타차로 제쳐 대회사상 최다 타수 차 우승기록도 세웠다. 역대 이 대회 최다 타수 차 우승기록은 82년 빌 로저스가 데이비드 그레이엄을 꺾고 세운 5타차였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벌어진 경기에서 우즈는 1, 2번홀 버디에 이어 5∼8번홀까지 연속 4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전반 9홀에서만 무려 6타를 줄였다. 골프 황제는 일찌감치 승부가 결정났음에도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후반 들어서도 기록경신을 의식한 듯 5개의 버디를 추가하며 이날 하루 동안 보기없이 버디만 11개를 뽑아내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무명의 딱지를 떼었던 리치 빔(미국)은 합계 1오버파 1백45타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우즈는 총상금 1백만달러 중 40만달러를 챙겼고, 초청선수로 출전한 레너드와 러브3세는 각각 22만5천달러, 빔은 15만달러를 받았다.

정제원 기자

newspoe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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