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발굽형객석'대구오페라하우스-달구벌 명물로 뜬다

지난 23일 대구시 북구 칠성동2가 115번지. 대형 아파트 단지와 백화점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이곳에선 내년 3월말 준공을 앞둔 '대구오페라하우스' 신축공사의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현재 공정은 85%. 그랜드피아노를 연상케하는 건물 외부의 곡선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 가운데 객석 내부의 마감 공사가 진행 중이다.

1997년 6월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은 양털이 모직으로 변신하던 자리였다. 제일모직이 구미공단으로 공장을 옮기면서 이곳이 상업지구로 지정됐고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이곳에 문화공간을 지어 기부채납하기로 한 것이다.

2000년 12월 착공된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제일모직이 8천6백여㎡의 부지 위에 5백억원(대지 포함)의 예산을 들여 짓고 있다.

내년 3월말 준공에 이어 시운전을 거친 후 6월초 대구시립오페라단(단장 김완준)의 창작 오페라'목화꽃 님이여'(대본 김일영·작곡 이영조) 초연으로 개막공연을 할 예정이다. 섬유패션도시의 이미지를 살리려고, 목화씨를 한반도에 처음 들여온 문익점을 주인공으로 한 오페라를 택했다.

호암아트홀·수원야외음악당·서울시립미술관 등을 설계한 삼우설계 박종률 상무가 건축 디자인을 맡았고 세계 굴지의 공연장 전문 컨설턴트의 자문을 받았다. 뉴저지 아트센터 설계와 클리블랜드 세브란스홀의 리노베이션에 참가한 FDA(www.fdaonline.com)와 JHS(www.jhsacoustics.com)등이 무대와 음향 디자인을 맡았다.

잔향(殘響)시간은 1.5초. 공연 장르에 따라서 잔향시간을 줄이기 위해 2∼4층 발코니석 벽면에 가변형 흡음 커튼을 설치했다.

공연장 특성상 이용시간이 주로 야간인 점을 감안해 건물 내·외부의 건축 조명도 뉴욕 FMRS사가 디자인해 탁트인 대형 유리창을 통해 비치는 극장 로비의 모습을 멀리서도 볼 수 있도록 했다. 무대 앞 오케스트라 피트는 바그너·베르크 등의 4관 편성(1백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공기 흐름에 따른 소음을 분산하기 위해 객석 의자 아랫부분에 냉·난방을 위한 환기구를 설치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2천6백석)에 이어 국내 두번째의 오페라 전용극장이지만 독립 건물로는 국내 1호다. 당초 다목적홀로 설계까지 마쳤으나 문희갑 전 대구시장의 강력한 의지로 오페라 전용극장으로 바뀌었는데 IMF 여파로 2년여 넘게 착공이 미뤄졌다.

예술의전당은 2∼4층 박스석이 시야 장애석인데 반해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가시거리가 35m 이내로 박스석에서도 무대가 잘 보이도록 설계됐다.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빈 슈타츠오퍼 등 대부분의 외국 유명 오페라하우스처럼 C자를 여러개 겹쳐놓은 말발굽형 객석 구조를 채택해 음향이 객석 구석구석 골고루 전달되며 무대와의 거리도 가깝다.

건물 지하에 출연진을 위해 1백32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들어서 있으며 관객을 위해서는 인근에도 대형 주차장이 들어설 계획이다.

이밖에도 분장실·연습실·카페·무대보관 창고·매점 등이 부대시설로 들어선다. 대구시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신천의 강변도로와도 가까워 접근성도 뛰어나다. 대구역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다.

삼우설계 박종률 상무는 "공연장인 만큼 외관의 화려함보다 내부의 음향 질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다목적홀로 사용되고 있는 대구시민회관을 심포니 전용홀로 리노베이션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감상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공연장의 객석수는 줄이면서 다목적홀보다 전용홀을 짓는 게 세계적 추세"라고 덧붙였다.

유환우 대구시 문화과장은 "대구문예회관과 별도로 운영하면서 시설비 30억원과 별도로 운영비를 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내년 8월 여름 유니버시아드 대회 전야제 축하공연도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2000년 대구시 두류공원에 들어선 대구야외음악당과 함께 대구시의 명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상주단체인 대구시립오페라단을 비롯, 대구·경북 지역에서 활동 중인 5개의 민간 오페라단의 주무대로 활용되며 수도권 등 다른 지방의 우수한 오페라 공연도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대구=이장직 음악전문기자

lull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