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포켓볼·게임·스포츠 바… '원스톱' 송년회 뒤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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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모임의 뒤풀이 장소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특급호텔 나이트 클럽. '비용은 부담스럽지만 깔끔한 서비스에 음악·술·춤의 3박자를 고루 갖춘 곳'이란 개념은 그러나 2002년 버전으론 어울리지 않는다. 적어도 놀이·게임·노래·대화·사교 등을 추가한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이해해야 한다. 호텔마다 술과 춤에 의존하던 나이트 클럽의 운영 방법을 바꿔 포켓볼·노래방·시가 바 등을 접목한 새로운 공간으로 대변신했기 때문이다. 나이트 클럽이란 표현도 쓰지 않는다. 단순히 '클럽''바'라고 하거나 상호로 칭한다. 맥주·양주뿐 아니라 알콜도수가 낮은 칵테일과 주스도 내놓는다. '호텔 나이트 클럽에 가서 한해 동안 쌓인 것들을 술로 씻어내고 춤으로 달래야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얼른 생각을 바꾸는 게 좋다. 이제는 '무엇을 마시며 어떻게 즐기며 한해를 마무리할 것인가'를 고민할 시점이다. 요즘 젊은 층에게 인기 있는 특급호텔의 나이트 공간을 소개한다.

◇서울힐튼호텔의 아레노(Areno)=디스코텍 형태로 7년여 동안 운영되던 파라오(Pharaoh)를 접고 공사비 10억원을 들여 지난달 새로 문을 연 곳이다. 춤추는 공간을 대폭 줄여 포켓볼 등 놀이·게임 장소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흥미있는 것은 술값. 이른바 '월스트리트바'란 운영 형태인데 주가(株價)처럼 술값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시각각 요동을 친다.

한쪽 벽면에 설치된 가로 4.5m, 세로 2m의 대형 전광판에 맥주·와인·샴페인·위스키·보트카·테킬라·코냑 등 23종의 술값이 2분마다 증권회사처럼 빨강·초록색으로 변한다.

고객들이 현재 표시가격을 보고 주문하면 바텐더가 컴퓨터에 입력해 새 가격을 정하는 방식이다. 최대 등락폭은 맥주의 경우 2천∼1만5천원, 코냑은 32만∼60만원. 그러다가 갑자기 종이 울리고 전광판의 모든 숫자가 노란색으로 깜박거리는 경우가 있다. 매일 한번씩 터지는 '폭락장'인데 이 때 손님들은 평소가격의 3분의1~8분의 1 가격에 원하는 술을 주문할 수 있고 사두었다가 시세가 좋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웃돈을 받고 팔 수도 있다. 02-317-3245.

◇쉐라톤 워커힐호텔 시로코(Sirocco)=인테리어부터 기존의 나이트 클럽과는 전혀 다르다. 서구 스타일의 획일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실내를 횃불로 밝히고 웅장한 기둥과 화려하고 원색적인 색채로 꾸며 모로코 왕실의 연회를 연상케 한다.

시가 바·포켓볼·라이브공연 등 오락적인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노래방 시설을 갖춘 별실(6개)도 있다. 매주 금요일밤엔 '프라이데이 레이디스 나이트'프로그램이 있다. 입장료(여성 2만원, 남성 2만5천원)만 내면 모로코 음식의 세미 뷔페에 맥주를 무한정 마시며 라이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행사다. 02-450-4567.

◇JW메리어트호텔 디 모다(Di Moda)=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스포츠 바·생맥주 바·와인 바가 혼합된 복합 사교 공간이다. 총 좌석수는 3백50석.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공간을 결정할 수 있다. 스포츠 바에선 TV 모니터를 통해 최신 뮤직 비디오나 각종 경기 하이라이트를 즐길 수 있다.

게임이나 이벤트도 종종 펼쳐지는 젊음의 공간이다. 생맥주 바는 밝은 분위기의 편안한 공간으로 피자나 파스타를 안주삼아 생맥주를 마실 수 있다. 와인 바에선 최고급 와인이나 위스키와 함께 시가도 준비돼 있어 귀족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02-6282-6762.

◇기타=서울의 대표적인 종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젊은 층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하얏트호텔 JJ마호니스(02-799-8601)나 신라호텔의 더 포인트(02-2230-3392),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의 그랑아(02-531-6868) 등도 술에 취해 비틀비틀 춤을 추지 않고도 가볍게 대화를 나누며 고급스럽게 송년 뒤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유지상 기자 yj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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