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흑진주 워드 'NFL 보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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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혼을 지닌 흑진주' 하인스 워드(26·피츠버그 스틸러스)가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최고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프로입단 5년 째인 워드는 올시즌 팀은 물론 리그를 통틀어 최고의 와이드 리시버(패스를 받아내는 전문 공격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워드는 26일 현재 전체 와이드 리시버 가운데 터치다운 1위(11개)를 굳게 지키고 있으며, 리시빙 야드(패스를 받아낸 거리)에서도 1천39야드로 마빈 해리슨(인디애나폴리스 콜츠·1천2백17야드)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워드의 활약으로 스틸러스는 아메리칸 풋볼 콘퍼런스(AF

C) 북부지구 1위(6승1무4패)를 달리고 있어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하다. 워드는 시즌 개막전인 9월 9일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의 경기에서 터치다운 한개를 포함, 90야드 리시빙을 기록하며 올시즌 맹활약을 예고했다. 워드는 이번 시즌 들어 바뀐 쿼터백 토미 매덕스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플락시코 버레스를 제치고 팀의 간판 공격수로 인정받았다.

워드는 지난 17일 테네시 타이탄스와의 경기에서는 1백68야드 전진을 기록, 자신의 한게임 최다전진 야드 기록을 세웠다. 워드는 주전 쿼터백 매덕스가 부상으로 빠진 이후 새 쿼터백 코델 스튜어트와도 멋진 화음을 이루고 있다.

워드는 시즌 직전인 9월 8일 팀과 4년 연장계약을 체결, 장래가 보장돼 마음의 안정을 찾고 맹활약하고 있다. 조지아대 시절 쿼터백·러닝백·와이드 리시버 등 공격의 주요 포지션을 두루 거친 워드는 패스를 받아낸 뒤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달리는 능력이 탁월하며 리그 전체 리시버 가운데 가장 블로킹이 뛰어난 선수로도 꼽힌다.

1m85㎝·88㎏의 당당한 체격을 지닌 워드는 겉으로는 완벽한 흑인이지만 한국계 흑인 혼혈이다.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생후 5개월 만에 미국으로 건너갔고, 가자마자 부모가 이혼했다. 유년기를 루이지애나주의 할아버지 집에서 보냈고, 일곱살이 되던 해부터 미국 생활에 익숙해진 어머니 김영희(55)씨가 궂은 일을 해가며 그를 키웠다.

풋볼 명문 조지아대에 진학해 이름을 떨치자 아버지가 그를 찾아오기도 했으나 워드는 "나는 어머니만을 사랑한다"며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돌려보내기도 했다. 워드가 스틸러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단하던 해 미국의 스포츠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가 그의 인생 역정을 특집으로 다루기도 했다.

워드는 입단 첫해였던 98년 후보 리시버로 기용돼 단 한개의 터치다운도 기록하지 못했으나 99년 14경기에 선발 출전해 7개의 터치다운을 성공시켜 주전 자리를 확보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시즌 1천야드를 돌파해 수준급 리시버로 성장했다.

현재 시즌 다섯경기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최우수 리시버의 기준으로 불리는 1천야드 돌파와 11개의 터치다운을 성공시킨 워드는 생애 최고의 이번 시즌을 수퍼보울 우승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야망을 불태우고 있다.

이태일 기자

pine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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