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올림픽 유치 汎정부차원 지원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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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뜨거웠던 6월 월드컵의 함성을 이어받아 10월 부산아시안게임 및 아태장애인 경기대회도 무사히 끝났다. 세계를 놀라게 했던 5백만 인파의 길거리 응원이나 우리의 가슴에 통일 염원을 새롭게 일깨운 북한 응원단의 열기가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감회를 새롭게 한다.

이런 감회들이 가을의 푸른 하늘 아래서 잘 익은 붉은 감처럼 겨울을 지나 또 다른 봄을 맞이할 열매가 되고 새 생명의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 그 씨앗 중의 하나가 2010년 강원도 평창의 겨울올림픽 유치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바빠진 정치권의 행보에 가려져 국민적 홍보가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몇년 동안 강원도를 중심으로 피나는 준비를 한 끝에 유치를 위한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있다.

최근 공노명(孔魯明) 전 외무부장관을 위원장으로 위촉하는 등 그동안 강원도를 중심으로 운영되던 겨울올림픽 유치위원회가 중앙정부 차원으로 확대 개편됐다. 또 국회 겨울올림픽유치 특별위원회가 구성되고,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정부지원위원회도 정식으로 만들어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일정에 따르면 신청 서류 작성과 함께 내년 2월 14∼17일 IOC 현지 실사가 예정돼 있고, 7월 체코의 프라하에서 열리는 IOC 총회에서 개최지가 확정된다. 현재 강원도와 유치 경합 중인 곳은 캐나다 밴쿠버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다. 밴쿠버는 북미라는 지정학적 이점을 안고 있으며, 잘츠부르크는 시설과 운영면에서 유리하다고 한다. 그러나 2004년 여름올림픽이 아테네에서 열리고 2006년 겨울올림픽이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기 때문에 대륙간 순환 개최라는 관행으로 보면 잘츠부르크의 유치는 그리 쉽지 않다.

강원도 평창이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것은 겨울올림픽 개최를 염원하는 3백만 강원도민의 세심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평창군에서 '98용평 알파인 월드컵'과 '99겨울아시안게임'을 개최한 것도 한몫 했다. 앞으로 남은 기간에 부족한 시설을 보완하고 정부의 확실한 지원 확답을 이끌어내는 등 강원도의 확고한 개최 의지를 보여준다면 2010년 겨울올림픽 한국 유치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올림픽 유치는 단순히 스포츠 행사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88서울올림픽 등을 유치하며 경험했지만 외교적 효과는 물론 국내의 기반시설을 건설해 짧은 시간에 국가 발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국민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효과다. 그리고 경제적 파급 효과가 약 3조원에 달하고 2천억원의 대회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며, 강원도를 국제적인 관광지로 발돋움시켜 지역은 물론 국가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겨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하기 위해선 우선 중앙정부 차원의 유치위원회와 국회 겨울올림픽 유치 특별위원회 및 정부지원위원회를 통해 정부의 지원 의지를 더욱 확고하고 실질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현재 겨울올림픽의 후보 도시 중에 평창만이 유일하게 시(市)가 아니다. 이것이 IOC 현지 실사에서 규모나 운영 능력 면에서 불리하게 평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북한과 맞붙어 있는 지역에서의 올림픽 개최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셋째, 중요한 것은 경기의 질이지 장소가 아니며 국민의 지원이나 참여 없이는 어떤 행사도 성공리에 끝낼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010년 평창 겨울올림픽의 유치 성공 여부는 정말 이제부터의 노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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