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원정 1000억대 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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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40대 任모씨는 올해 초 강원도 정선의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카드 도박인 '바카라'를 배웠다. 재미 삼아 시작했지만 날린 돈이 수천만원에 달하자 金씨의 마음은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이때 30대 후반의 남자가 다가와 "승률이 낮은 국내 카지노와 달리 해외에선 쉽게 돈을 딸 수 있다"고 유혹했다. 이 남자의 소개로 필리핀 마닐라의 카지노에 간 金씨는 수억원을 날리고 빈손으로 귀국했다가 검찰에 구속됐다.

金씨처럼 강원랜드를 찾았다가 해외 원정 도박에 손을 댄 부유층 인사들과 강원랜드 주변의 브로커 등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남부지청 형사5부(부장검사 李重勳)는 25일 필리핀·마카오 카지노에서 거액 도박을 하거나 이를 알선한 혐의(상습도박·외국환관리법 위반)로 중소기업체 사장 趙모(33)씨 등 17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해외 카지노에 내국인을 끌어들인 브로커 등 24명을 같은 혐의로 수배하는 한편 5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은 "이들이 쓴 도박자금을 합치면 1천억원대에 이른다"고 밝혔다.

구속된 17명 중 10명이 중소기업체 대표였으며 나머지는 주부·룸살롱 업주 등이었다.

구속자 가운데 安모(46)씨는 올해 초 여행사를 운영하는 동생과 함께 강원랜드 카지노 주변에서 사람들을 모집해 필리핀 H호텔 카지노로 데려간 혐의다.

검찰은 필리핀 H호텔 카지노를 중심으로 한 해외원정 도박 혐의를 포착해 수사하던 중, 빌려준 도박자금을 수금하러 입국한 이 호텔 카지노 대리인 張모(35)씨를 지난달 14일 검거했다.

검찰은 돈을 빌려쓴 부유층의 명단과 액수가 적힌 張씨의 메모장을 압수, 전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정용환 기자

goodman@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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