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짭짤한 공부방 운영 주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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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 창문을 살펴보면 공부방이라는 홍보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급속히 퍼지고 있는 공부방 열풍 때문에 주부들 사이에서 공부방 창업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공부방의 장·단점과 운영 노하우 등을 이미 공부방을 운영 중인 선배 주부들로부터 들어봤다.

자아 실현·고소득으로 만족도 높아

 양정윤(41·서울 노원구 하계동)씨는 올해로 영어 공부방을 운영한지 4년이 됐다. 양씨는 주말을 제외한 매일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학생 70여명을 가르치며 연간 70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린다. 양씨의 성공 비결은 프로의식이다. 양씨는 “지금껏 공부방을 운영해 오면서 개인적인 이유로 수업을 거른 적이 단 한번도 없다”며 “집에서도 엄마와 교사 역할을 확실히 구분해 생활한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말했다.

 싱가폴과 말레이시아 등 6년간의 해외 생활을 접고 지난 2005년 귀국한 양씨는 자신의 경력을 활용하고 싶었다. 자녀가 다니던 싱가폴 국제학교에서 방과후 보조교사로 일했던 양씨는 처음에 학원강사와 과외교습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했다. 중2·초6학년 두 남매를 보살피기 힘들다는 점 때문에 갈등했던 것. 그러다 우연히 공부방을 알게 됐다. 그는 “가르치는 것은 누구보다 잘 할 자신이 있었지만 주먹 구구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싫어 프랜차이즈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양씨는 우선 아파트 1층에 위치한 집안을 생활공간과 교습공간으로 나눴다. 자녀가 쓰던 공부방 중 한 곳은 강습실, 다른 한 곳은 랩실로 꾸몄다. 가족은 나머지 방 두 곳에서 생활한다. 4년 동안 평일 정오만 되면 양씨는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생활방에서 강습실로 출근했다. 수업 전에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다. 집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는 공부방이지만 결코 평상복 차림으로 학생들을 맞은 적이 없다. 그런 세심함은 자연스레 학생 관리로 이어졌다.

 “영어는 학습이 아니라 언어죠. 무엇보다 재미가 중요해요. 언어를 처음 접할 때 어렵거나 힘들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잖아요. 그래서 학생 개인의 특징을 잘 파악해야 해요. 그날의 말투나 사소한 행동으로 아이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수업해야 합니다.” 만 5세부터 7세까지의 기초반에서는 매일 소꿉놀이를 진행하고 매번 새로운 게임을 통해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책을 좋아하는 학생을 위해 서점에 직접 가 책을 고르기도 하고, 동요 듣기를 좋아하는 학생에겐 듣기 공부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맞춤형 수업을 진행한다.

 올해로 공부방 운영 경력 7년차인 조희경(48·경기 부천)씨는 “그 동안 내 시간을 가져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내 생활에 만족하며 살고 있을까 하고 생각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수학 공부방을 운영하는 조씨는 양씨와 비슷한 수입을 올리지만 수업시간은 더 길다. 오후 2시쯤 시작해 밤 11시까지 수업이 이어지기 일쑤다. 학급당 인원수를 4명으로 제한한데다 학생 별로 맞춤형 보충수업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까닭이다. 평일 수업이 원칙이지만 주말에도 보충수업을 할 때가 많다. 아파트 단지에 있어 학생들이 모두 걸어서 5분 거리 안에 살기 때문에 학생들이 수시로 드나들 수 있다. 조씨는 “학생들의 공부 흐름을 가장 가까이서 꿰고 있어 학원보다 성적 향상에 도움이 크다”고 자부했다.

 공부방 프랜차이즈 업체인 시사주니어 박선의 과장은 “고학력 주부들이 자아실현의 욕구와 자녀 양육을 병행하기 위한 직업을 찾으면서 공부방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며 “지난해에 비해 30%가량 가맹점 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내 아이 교육 함께 하긴 어려워

 경기도 분당에서 5년째 공부방을 운영 중이라는 김모(43)씨는 “공부방을 운영해도 집안일과 병행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 아이 교육과 더불어 운영하려고 했던 목표는 사라진 지 오래”라며 “내 아이를 데리고 하는 수업은 스트레스가 많아 아예 아이는 다른 학원에 보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아이와 강사인 엄마 간에 관계 정립이 제대로되지 않으면 자신의 아이가 다른 학생들 위에 군림하려는 심리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다음 달부터 곧바로 아이를 학원에 보냈다. 또 수업시간에 다른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신경을 더 쓰다 보니 정작 자기 아이에 대해서는 소홀해지기도 했다. 김씨는 “수업에 아이가 겉도는 모습을 보고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아예 다른 학원에 보내고 있다”며 “아이에게는 미안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공부방 강사를 엄마로 둔 학생들도 불만이있는 경우가 있다. 엄마가 영어 공부방을 운영한다는 전규진(서울 중평초 6)군은 “영어문법을 잘 몰랐는데 엄마를 통해 배울 수 있어 좋다”며 “하지만 엄마와 함께 하고 싶은 시간이 많은데 엄마를 다른 아이들에게 빼앗기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자신의 집에 꾸며놓은 공부방에서 기초반 아이들과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양정윤씨. 그는 철저한 프로의식이 성공의 열쇠라고 강조한다.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사진="김경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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