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권력 이동이 진행 중이다. 서구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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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권력 이동이 진행 중이다. 서구 중심의 세계 질서가 아시아 중심으로 바뀌는 동시에 문명사적 전환 역시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아직 사람들의 의식과 문화는 산업사회적 습관에 묶여 있지만 우리는 확실히 지식정보사회에 진입했다. 몇 세기 만에 찾아온 이러한 대전환기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도전 과제를 부여하고 있다.

천안함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나라는 G2(미국과 중국)가 보여 준 상반된 행동양식에 직면해 망연자실했다. 미국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 결과에 입각해 시비를 가리고자 했다. 하지만 중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상황 고려적 사실이었다. 중국의 자세를 보면 자연과학적 사실은 작은 것이며, 동아시아의 안정은 큰 것이다. 따라서 천안함 공격의 가해자가 북한이라는 사실은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역사적 판단의 소재라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지금까지 익숙한 문법뿐만 아니라 새로운 문법을 소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새롭게 등장하는 수퍼파워를 이웃 나라로 두고, 새로운 지식정보사회의 격랑을 헤쳐 나가려면 슬기로운 국가 전략이 필수적이다. 새로운 국가 모델을 만들고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 산업사회의 관행에서 벗어나 세계 최첨단 국가가 돼야 한다.

첫째, 일의 혁명, 생활혁명을 이뤄 내야 한다. ‘스마트 워크’는 세계적 추세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공간에서 일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방식, 일이 사람과 함께 다니는 방식이 스마트 워크다. ‘일의 혁명’을 통해 장시간 일하면서도 생산성이 낮은 우리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생활혁명’을 해야 저출산·고령화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새로운 청년 일자리도 만들 수 있고 저이산화탄소·녹색성장 전략을 근본적으로 뒷받침할 수도 있다.

둘째, 소프트파워를 적극 키워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들 하나 하드웨어 강국일 뿐 소프트웨어 강국은 아니다. 소프트웨어와 콘텐트의 세계 시장 규모는 점차 하드웨어 시장 규모를 압도하고 있다. 지식정보사회의 대표적 생산품은 지식과 감성, 기술이 결합돼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소프트웨어와 문화예술·디자인·기술 등이 기반이 된 소프트파워의 역량을 높이는 것이다.

셋째, IT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교육·의료·관광·유통·물류 등 서비스 산업은 우리 생활에 너무나 긴요한 분야이면서 부가가치가 제조업보다 높은 산업이다. 이들 산업의 도약적 발전을 위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혁신이 필요하다. 교육 분야만 하더라도 IT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교육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생교육’의 커다란 기치 아래 현재의 교육제도를 획기적으로 유연화하는 것이다. ‘닫힌 학교’ 울타리를 과감하게 개방하고, 한 사람의 생애에서 공부와 일이 교차적으로 영위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제도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넷째, 통합국가지식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흩어진 국가 지식을 연계·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며, 지식의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현존하는 자료를 가능한 한 디지털화하며 위키 방식으로 지식도서관을 구축하면 국가 차원의 집합지성이 가능하게 된다. 통합국가지식인프라 구축은 3조5000억원 이상의 신규 가치 창출이 기대될 뿐만 아니라 지식정보시대 경쟁력의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

다섯째, 우리 사회를 창조사회로 만드는 것이다. 창조성은 지식 창출의 파워엔진이 된다. 우리는 모방과 따라잡기 전략으로 산업화를 이룩해 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네트워킹과 융합전략에 앞서야 지식정보사회의 선두가 될 수 있다. 창조적 인재란 산업사회의 경쟁 틀을 창조적으로 파괴하며 종합적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다. 그리고 지식정보사회의 힘은 이런 융합형 인재가 만들어 내는 상상력으로부터 나온다.

새로운 세계 질서와 새로운 문명의 질서가 교차하는 대변동기에 우리의 국가 전략은 ‘똑똑한 대한민국(smart Korea)’ 구현으로 요약된다. 의식과 문화, 사회제도의 혁신과 더불어 일대 국가 혁신을 이룩함으로써 새로운 문명 위에서 능동적 전략을 구사할 때다.

이각범 국가정보화전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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