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앞두고 부모가 자녀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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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홍선미(44·서울 양천구)씨는 새학기를 앞두고 딸 곽은우(서울 경인초 6)양과 소통하는데 부쩍 힘쓰고 있다. 홍씨가 원하는 학습방향으로 곽양을 이끌어가는 것이 조금씩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홍씨는 “혼자 공부하다가도 내가 조금 관여하려 하면 거부반응을 보인다”며 “아이에게 잔소리로 들리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조언을 하는 방법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목표 :: 구체적인 학습 목표 이끌어 내기

 새학기는 자녀와 부모의 갈등이 높아지기 쉬운 시기다. 방학 동안 느슨해졌던 끈을 조여야 한다는 생각에 부모는 평소보다 까다로운 기준으로 자녀를 대한다. 반면 자녀는 다시 시작된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수면·휴식욕구가 높고 예민한 상태다. 비전아동심리연구소 김연주 소장은 “자녀의 학습량에 대한 부모의 기대는 방학기간보다 학기중에 부쩍 높아진다”며 “부모와 자녀가 각각 목표로 잡는 학습량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불만이 쌓이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다양한 수행평가를 위한 과제와 곧 다가오는 중간고사 준비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다보면 금세 집안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쉽다.

 김 소장은 “방학 막바지와 새학기 초에는 아이가 스스로 목표를 정하게 하라”고 권했다. 새학기 목표(Goal)를 묻고 방학 동안 생활했던 현실(Reality)을 확인한다. 이어 선택할 수 있는 대안들(Options)을 떠올리고 그 중 의지(Will)를 가지고 실천할 한 가지를 선택한다. 각 단계를 표현하는 영어단어의 앞 글자를 따서 이 대화기법을 GROW 질문이라고 부른다. 시간 제한을 둔 구체적인 목표를 떠올리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돌아오는 일주일간 어느 정도 공부하면 만족할 수 있겠니?’와 같은 질문으로 구체적인 학습목표를 이끌어낸다.

학습 :: 비교칭찬은 학습의욕 하락시켜

 부모가 자녀의 학습동기를 자극하려다 오히려 의욕을 떨어지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아시아코치센터 최성환 학습전문코치는 자녀에게 말을 걸기 전, 하려는 말 속에 ‘보상·비교요소’가 들어있지 않은지 점검하는 습관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예컨대 시험 잘 보면 휴대폰 사줄게라는 말에는 보상요소가 들어있다. 하지만 보상을 할 때는 결과보다 과정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좋다. 시험계획을 함께 세우고 계획을 어느 정도 이상 잘 지킬 때 점수에 상관 없이 보상을 하는 식이다. 자녀는 꾸준히 노력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결과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 미리 약속하지 않고 불시에 작은 보상을 하는 것도 학습동기를 높일 수 있다.

 “너 말고 100점 또 누가 있어?”라는 말에는 비교요소가 들어있다. 최 코치는 “부모들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사실 이런 태도의 이면에는 일단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보고 칭찬할지 말지 결정하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며 “부모의 이런 태도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공부를 잘 못하고 능력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초등학생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부모가 자신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존감도 떨어진다.

생활 :: ‘사실’대화부터 시작해야

 대부분의 부모가 가지고 있는 큰 착각이 있다. 자녀와 ‘친하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용문심리상담대학원 김인자 총장은 “의사소통의 단계는 ‘인사→사실나눔→의견교환→감정표현→고백’ 순으로 발전한다”며 “대부분의 부모와 자녀는 2단계 사실나눔의 관계도 잘 형성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오늘 학교에서 일어난 일 등의 사실(fact)을 주제로 대화를 시작하다가도 바로 지시와 명령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한국심리상담연구소 계수정 팀장은 “사실나눔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견과 감정을 나누면 충돌이 생기기 쉽다”며 “대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만으로 말하는 연습을 해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홍선미(사진 왼쪽)씨는 “방학때보다 학습량을 줄이고 아이 스스로 목표를 세우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른쪽은 딸 곽은우양.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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