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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뮤지컬 신데렐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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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소냐가 돌아왔다. 3년 전 여고생 가수로 출발한 뒤 정상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소냐(22)가 뮤지컬 '렌트'(12월 6일∼2003년 1월 5일,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의 주인공 미미로 출연한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렌트'는 2000년 예술의전당에서 첫선을 보인 뒤 이듬해 재공연 때 유료 객석 점유율 85%를 기록한 화제작이다. 이 수치는 예술의전당 공연사상 아직도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가수에 데뷔하던 해 소냐는 에이콤의 첫 수입 뮤지컬인 '페임'에 주역(카르멘)으로 발탁돼 뮤지컬계의 신데렐라가 되는 듯했으나 이후 가수 활동에 전념해 아쉬움을 주었다.

다시 뮤지컬로 돌아온 소냐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이젠 마음가짐부터 달라 보였다. "멋모르고 달려들었던 데뷔 때와 달리 뭔가 일을 낼 것 같아 신난다." 소냐는 "남경주·최정원 커플 주연의 비디오를 보고 바로 저 배역(미미)이야말로 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아픔조차 웃음으로 표현해야 하는 게 매력이다"고 말했다.

기획·제작 단계에서부터 거대 자본의 손에서 벗어난 '독립뮤지컬'로 1990년대 말 브로드웨이의 신조류를 이끈 '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의 뮤지컬판이다. 19세기 초 파리를 무대로 펼치는 로돌포와 미미의 사랑이야기를 20세기 말 뉴욕 이스트 빌리지 가난한 예술가들의 그것으로 바꿨다. 작곡가 조너선 라슨은 36세이던 96년 초연 직전 대동맥혈전으로 요절해 이 작품의 신화화에 일조했다. 이듬해 토니상 작품상 등을 석권했다.

소냐의 열연이 기대되는 미미는 고뇌하는 음악가 로저의 애인으로 약물에 중독된 술집 무희이자 에이즈 환자다. 소냐는 "에이즈 환자의 상태가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그런 악조건 속에서 가족을 위해 '채찍춤'을 추어야 하는 미미에게 한없는 사랑을 느낀다"고 말했다.

미미에 비할 바는 못되겠지만 소냐에게도 삶의 악조건이란 어쩌면 현실이었을 법하다. 순혈주의가 압도하는 이땅에서 혼혈이라는 운명 하나만으로도 능히 짐작되는 바가 아닐까. 그러나 소냐는 말한다. "미미와 그 친구들처럼 아픔을 함께 나누며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가장 값진 것"이라고.

본명이 김손희인 소냐는 경북 구미 금오여고 3학년 때 가수로 발탁됐다. 촌뜨기가 일약 할리우드에 진출하하는 '페임'의 카르멘처럼 '노래 잘하고 춤 잘 춘다'는 소문이 서울까지 퍼져 벼락 데뷔를 했다. 발라드·펑키·힙합·고스펠 등 못하는 장르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노래들을 소화한다.

그러나 미려한 음악으로 정평이 나 있는 '렌트'는 록발라드가 주류다. 다재다능하다지만 록발라드는 새로운 도전인 셈인데,소냐는 "그래서 더욱 해보고 싶은 작품이었다"고 받아넘겼다. 소냐가 부를 독창곡으로는 현실 탈출을 꿈꾸는 미미의 심정을 담은 '아웃 투나잇'이 대표적이다.

대중 가수가 뮤지컬에 출연하는 것이 소냐가 처음은 아니다. 뮤지컬을 중심으로 성악가나 대중가수의 넘나들기가 낯설지 않은 게 현실인데, 소냐의 뮤지컬 욕심은 꽤 거센 것 같다.

소냐는 "연기 등 부족한 게 많지만 여러 사람과 호흡을 맞추어야 빛이 나는 뮤지컬 자체가 너무나 스릴 있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나 무대로 달려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미미 역은 더블캐스트다. 대부분은 소냐 몫이지만 오디션을 당당히 통과한 고3학생인 정선아와 교대로 맡는다. 소냐는 "마치 데뷔 시절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경쟁심보다 돌봐주고 싶은 생각이 앞선다"며 "선아는 발레와 재즈댄스를 배워 몸동작이 예쁘다"고 칭찬했다.

'렌트'에는 두 사람 외에 이건명(로저)·김세우(마크)·황현정(머린)·김영주·이동근·김호영·성기윤 등이 출연한다. 한진섭 연출. 화·목·금 오후 7시 30분,수·토·일 오후 3시 30분·7시 30분,월 쉼. 02-580-1300.

정재왈 기자 nicola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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