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 시멘트毒 없애기 부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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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8면

지난 9월 완공된 서울 화곡동 D아파트 단지에 생애 첫 내집을 마련한 사업가 鄭모(31)씨는 두달 째 입주를 미루고 있다. '새 아파트는 콘크리트가 마르면서 가스가 발생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기 때문이다. 鄭씨는 "임산부 아내와 두살짜리 아들을 생각해 이주를 한 달 가량 더 늦출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과 수도권 등지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곳마다 입주민들의 '새 아파트 길들이기'가 한창이다. 새 집의 '옥의 티'로 알려진 이른바 콘크리트독(毒)을 나름대로 무력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건조상태가 불완전한 콘크리트에서는 라돈과 같은 방사성 물질이 배출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국내외 조사결과를 통해 익히 알려져 있다.

공동주택 관리회사인 우리관리 노병용 사장은 "새 아파트 단지마다 콘크리트독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빈집 상태로 방치하거나 일정기간 세를 줘 입주를 늦추는 경우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며 "특히 노약자나 아기가 있는 가족에서 이 같은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최근엔 보일러를 3일간 하루에 8시간씩 30도 이상으로 가동하는 '베이크드 아웃(baked out)'도 등장했다. 고열로 집을 구워 콘크리트의 건조를 돕는다는 이 방법은 한 부동산 정보사이트 게시판에 소개된 뒤 한달이 채 안돼 6천여명이 조회를 하는 '히트'를 치기도 했다.

또 참숯바구니를 집안 곳곳에 놓으면 콘크리트독을 빨아들일 수 있다는 민간요법도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발빠른 일부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이 같은 고민을 반영, 해결책을 집짓기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대림산업·대우건설·삼성물산 등은 2년전부터 바이오세라믹 시공을 아파트 공급 때 옵션 또는 기본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다.

바이오세라믹 시공은 도배용 본드·마루 접착제·수성 페인트 등 재료에 포름알데히드와 VOC 같은 휘발성 유기성분의 사용을 배제한 것. 이 경우 소비자는 평당 1만5천∼2만원 가량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대림산업 라이프크레이팅팀 신희영 팀장은 "올들어 나온 아파트의 계약자 중 20% 정도는 바이오세라믹 시공을 옵션으로 선택할 정도로 새 아파트의 유해 논란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 아파트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정도와 이를 차단하기 위한 각종 방법의 실효성은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된 적이 없다.

한편 신규 건축물 유해물질에 대한 기준과 규제를 담은 '대중이용시설등에 관한 실내공기질 관리법'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어서 관련법이 마련되면 소비자들의 아파트 선택 기준도 한층 복잡하고 다양해질 전망이다.

김용석 기자

caf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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