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공급과잉 걱정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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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5면

상가 분양도 봇물처럼 터진다.연말연시와 대선 전에 털어내려는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투자 분위기를 한껏 돋우고 있다.

상가114 조사에 따르면 현재 분양중인 상가는 서울·부천 등 수도권만 해도 4백∼5백여곳에 이른다. 대전·부산·창원·울산 등 지방 물량까지 합하면 8백∼1천여곳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장점이 있지만 경기침체와 공급과잉의 우려도 제기되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아파트 상가 인기 여전=아파트 단지내 상가의 인기는 여전하다. 주택공사가 지난달 23일 분양한 경기도 화성군 향남면 발안리 주공아파트 단지내 상가는 8개 점포에 1백87명이 몰려 23대 1의 경쟁률을 올렸다.

지난달 24일 입찰한 광주시 운남동 주공아파트 단지내 상가도 평균 경쟁률이 11.8대 1,최고 30대 1을 기록해 내정가의 두배가 넘게 낙찰되기도 했다.

요즘 쏟아져나오는 테마상가도 분양실적이 괜찮은 편이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종로1번가 복합상가는 나온 지 한달여 만에 60∼70% 정도가 분양됐고, 동대문 패션TV 쇼핑몰도 1천9백50여개 중 4백50여개가 한달 동안 팔렸다.

동대문구 제기동 미도파를 리모델링하는 한솔동의보감은 최근 한달 새 총 6백99개의 점포중 회사 보유분 20∼30개를 빼고는 모두 마감됐고, 한방테마상가인 동대문 경동시장 일대의 동의보감타워도 점포 7백80여개 가운데 5백70여개 점포가 분양됐다.

상가시장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정부가 강도높게 주택시장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상가114 윤병한 사장은 "정부의 잇따른 주택시장 안정대책으로 아파트 시장이 위축된 반면 상가나 토지 등 다른 투자처로 돈이 몰리고 있다"며 "아직 대출금리 인상폭이 크지 않은 것도 분양이 잘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옥석 가려야=상가는 경기변동에 상당히 민감한 상품이다. 특히 수익률이 크게 좌우되는 테마상가의 경우 내년 경기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기 때문에 옥석을 가려서 투자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하철과 곧바로 연결된 역세권과 경쟁 업종·상가가 적은 곳들이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추천한다.

테마상가를 매입할 때 가장 중요한 체크포인트는 부지매입 여부다. 땅을 사들이지 못해 분양이 중단되거나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최근 서울 동대문의 H쇼핑몰도 부지매입을 하지 않은 채 분양을 시작해 해당 구청으로부터 분양 중지명령을 받기도 했다.

회사가 제시하는 예상 수익률을 그대로 믿지 말고 보수적으로 잡아야 한다. 대부분의 테마상가가 추첨을 통해 호수를 가리는데 목이 좋지 않은 곳에 당첨되면 프리미엄이나 임대수입이 줄어든다.

단지내 상가는 주변에 대형 할인점이나 신축 상가가 많은 곳, 대형평형이 많은 곳은 피해야 한다. 쓸데없는 경쟁심리로 인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낙찰받으면 반드시 손해를 본다. 입주 6개월 정도면 수익률이 정점에 이르고 이후 하락곡선을 긋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분당 제일부동산 김영진 사장은 "상가를 고가에 낙찰한 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처럼 임차인을 맞춰 놓고 비싸게 되파는 브로커들의 농간에 걸려들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seom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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