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호族 잡아라" <소규모 자영업자> 은행들 대출 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은행들이 소호(SOHO) 사업자에 대한 대출 영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소호는 '작은 사무실, 가정 사무실'(Small Office, Home Office)의 머리 글자를 딴 것으로 사무실 공간을 최소화하는 등 소액의 창업자금을 투자해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이다.

소호 사업자들은 대부분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고 규모가 작기 때문에 그동안 은행들이 대출하기 꺼리는 부문에 속했다. 그러나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은행들이 돈을 굴릴 데가 마땅치 않자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기 위해 소호 사업자들에 대한 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이다.

하나·서울은행은 다음 달 2일 합병기념으로 소호 사업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 대출행사를 벌인다. 5천억원을 '푸른기업대출'이란 이름으로 소호 사업자 등에게 빌려주기로 한 것이다.

이 대출을 이용하면 담보물에 대한 근저당 설정비가 면제되고 낮은 수준의 금리(최저 연 6.89%)가 적용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소호 대출은 대개 2천만∼3천만원 단위로 나가기 때문에 한번에 거액이 나가는 대기업 대출에 비해 위험이 훨씬 적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이달 중순 3백7개 영업점에 '소호 금융팀'을 배치했으며 앞으로 대부분 영업점에 소호 금융팀을 둘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 은행 경제경영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소호 대출시장의 규모가 지난 해 1백37조원에서 2004년에는 1백81조원으로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장희 선임연구위원은 "소호 사업자 중 우량계층에 대한 선점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은행은 소호 등 소규모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파인 한가족 신용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최고 3천만원까지 배우자의 연대보증만으로 빌려준다.

이 은행 관계자는 "직원이 직접 찾아가 대출을 취급하고 간단한 취급점검표로 신용조사를 대신하기 때문에 반응이 매우 좋다"며 "지난 1월 대출을 시작한 이후 1만여명이 2천3백억원을 빌려갔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소호 영업 전문가를 양성하고 별도의 신용평가 모델을 마련하고 있다. 이 은행은 현재 4백명 수준인 소호 전문가를 내년에는 7백명으로 늘려 전 영업점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지난 7월 소호 영업을 담당하는 스몰비즈팀을 신설해 일선 영업점의 직원교육, 소호 신용평가 모델 개발, 소호 전담직원 지정 등의 업무를 맡겼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