得失에 초점 맞춘 단일화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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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언론은 하나의 사안을 여러 날 지속적으로 보도함으로써 그 사안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이루어지게 한다. 그리고 그것은 일정한 요인들과 그들을 둘러싼 서사구조(narrative structure)를 구성하면서 전개된다. 이러한 서사구조는 특정 사안을 하나의 흥미 있는 얘깃거리(story)로 인식하게 만들고, 아주 재미있게 각색해 사회에 유포한다.

지난 한 주 가장 큰 사안은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 간의 후보 단일화였다. 협상이 타협과 무산을 반복하면서 전개됐는데, 언론들은 이를 지속적으로 추적하면서 일정한 서사구조를 만들었다.

'盧·鄭 "진 쪽이 선대위원장"'(11월 18일자 1면)→'후보 단일화 무산 위기'(19일자 1면)→'盧-鄭 단일화 협상 재개'(20일자 1면)→'盧·鄭 재협상, 22일 TV토론 합의'(21일자 1면)→'盧·鄭 단일화 재협상 중단'(22일자 1면)→'단일화 재협상 타결, TV토론 경쟁력 공방'(23일자 1면)의 서사구조다. 이러한 구조는 이번 사안의 흐름을 정확히 인식하게 하는 동시에 하나의 이야기로 인식하게 해준다.

이 사안이 비록 중요하다고는 하나 거의 일주일 내내 1면 톱을 차지하면서 이어가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이야기 구조를 형성한 이후에는 관련된 사항들에 대한 보도를 지속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그것도 이야기 구조가 처음 시작됐던 지면에서 지속적으로 보도하게 된다. 중앙일보가 이 사안을 1면에서 계속 다룬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서 후보 단일화 사안의 주요 요인들은 盧·鄭후보 측과 제3의 변인인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다. 협상이 타결과 무산,그리고 재타결 등의 과정을 거칠 때마다 이들 3인의 이해관계는 달라지게 되며, 그에 따라 반응도 변한다. 중앙은 이러한 이해관계의 차이에 따른 반응에 주목했으며, 그것들을 지속적으로 보도했다.

문제는 보도가 철저하게 이해 당사자들의 득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양 후보의 단일화 협상의 타결이나 무산이 당사자들에게 주게 되는 이해득실을 상세히 소개하고, 나아가 이회창 후보의 반응이 엇갈리게 된 점도 자세히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해득실에 대한 보도의 대부분이 사실에 입각한 객관적 보도라기 보다 거의 대부분 추측 보도에 가깝다.

지난주 중앙일보 1∼5면의 관련기사 대부분은 바로 이러한 추측 보도의 성격이 농후하다. 단일화 합의가 이뤄진 바로 다음 날 '鄭 '국민여론'전격 수용/盧 놀라워하며 "고맙소"'(18일자 4면), '"최악 시나리오다" 한나라 비상'(18일자 5면) 등과 같이 마치 이야기를 전개하듯 보도하고 있다. 그리고 무산됐던 협상이 재개된 날도 '"파경은 막자"한밤 조율', '鄭, 단일화-마이웨이 사이 고민' '盧, 협상재개 소식에 누그러져' ''휴∼'하던 한나라 '어∼''(20일자 3면) 등과 같이 이해 당사자들의 반응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와 같은 이야기 구조식 보도는 이 사안과 관련해 일주일 내내 계속됐다.

이러한 서사 구조는 독자들에게 사건이나 사안을 하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해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야기 구조식 보도가 재미와 흥미를 지나치게 추구한 나머지 '추측 보도'로 일관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언론 보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객관 보도'를 훼손하는 것이며, 사건이나 사안의 실질적 측면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따라서 이야기 구조식의 보도는 가능한 한 활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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