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청년들의 저항과 낭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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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EBS 교육방송이 주말 오후 9시 공략에 나선다. 황금시간대인 오후 9시는 타 방송사의 뉴스 시간과 겹친다. EBS가 내건 무기는 드라마다. 그냥 드라마가 아니다. 화제가 됐던 '명동백작''100인의 증언, 60년대 문화를 말한다'의 바통을 이어받은 문화사 32부작 시리즈 제 3편 '지금도 마로니에는'(22일 첫 방송)이다. EBS는 "시청률과 재미만 좇는 타 방송사에선 시도하기 어려운 도전"이라고 밝혔다.

18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시사회에서 프로그램의 골격이 드러났다. 드라마는 1960년대 대학가를 중심으로 그 시절 청년들의 삶에 주목한다. 주인공부터 낯 익은 인물들이다. '오적''타는 목마름으로' 등 저항시로 박정희 대통령과 대척점에 섰던 시인 김지하(이병욱 분), '생명연습''무진기행'등 감수성 짙은 작품으로 사랑을 받은 소설가 김승옥(한범희), 6.3세대 학생운동의 대표 주자 김중태(최철호)씨 등 세 명이 드라마의 중심에 선다. 이외에도 시인 천상병(최종원), 전혜린(이재은), 김현(유태술) 등 귀에 익은 이름이 많이 등장한다.

정하연 작가는 "역사와 인간을 담백하게 그려가는, 그야말로 순수한 드라마"라며 "공과(功過)가 엄연히 공존하는 군사정권의 성격에 대해선 굳이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옥 역을 맡은 연극배우 출신 한범희(사진)씨는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땐 현존 인물이라 부담스러웠다"며 "대본을 철저히 분석해 최대한 '김승옥'에 가까이 다가서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도 마로니에는'의 시간적 배경은 5.16 쿠데타부터 10월 유신까지다. 달동네와 간첩신고 포스터, 깃을 세운 대학생 교복 등 '그 때 그 시절'의 아련한 풍경도 함께 담는다. 이 작품 다음에 나올 문화사 시리즈 4편과 5편에선 유신부터 6.10 항쟁까지 다룰 계획이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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