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성사' 남은 문제]결과 승복 여부가 최대 관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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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두번에 걸친 단일화 합의는 극적이다. 그런 만큼 해결되지 않은 세부적인 문제점도 많다. "단일화가 최종 성사되기까지, 즉 어느 쪽이 다른 쪽의 손을 들어주기까진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재협상 타결=후보 단일화 성사'의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론조사 결과에 승복하느냐가 문제다. 물론 양측 협상단은 '진 사람이 선대위원장을 맡는다'는 조항을 명시했다. 그러나 협상과정에서 양측의 감정이 악화했으며, 22일 TV토론에서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鄭후보는 이날 盧후보의 기자회견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제 저녁 협상단이 합의문까지 만들었지만 盧후보가 추인을 거부했다"고 언짢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盧후보 측 선대위 간부들은 재협상 과정에서 보인 鄭후보 측 태도에 대해 "저 사람들과는 협상을 못하겠다"며 못마땅해했다. 두 후보가 '러브 샷'을 할 때와 달리 신뢰에 상당한 흠집이 생겼다는 얘기다.

양측 진영의 인적 구성으로 볼 때 상대방으로 단일화하는 것을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예컨대 鄭후보 쪽으로 기운 민주당 탈당파 의원들은 盧후보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盧후보의 참모그룹 가운데는 "鄭후보가 나을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나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1차 합의가 깨졌던 때와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설문내용이 다시 한번 유출되거나, 여론조사 결과가 공식발표 전에 흘러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여론조사에서 불리한 쪽은 합의 파기의 유혹을 느낄 것이다. 새 조건을 추가하자는 요구가 어느 한쪽에 의해 갑자기 제기될 개연성도 있다.

한나라당의 반발도 변수다. 한나라당은 盧-鄭 두 사람의 TV토론이 불공정 선거운동이라며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또 '지는 사람이 선대위원장을 맡는다'는 합의내용도 문제삼고 있다. 선거법 제232조 1항에는 '후보자가 되지 않게 하려고 재산상의 이익이나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제공 약속을 할 수 없다'고 규정했는데 이 매수금지조항의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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